[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금융위원회 국장 재직 당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유 전 부시장 측은 첫 재판에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검찰이 유 전 부시장 비위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관련 사실관계를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역시 조만간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손주철)는 6일 오후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유 전 부시장이 재판에 출석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무는 없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이날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공소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 정책국장과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을 지낸 2010년 8월~2018년 11월 직무 관련성이 높은 금융업계 관계자 4명에게 총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2015년 2월 자산운용사 설립을 계획 중이던 A씨에게 자신이 집필한 책 100권을 출판사나 서점이 아닌 자신에게 직접 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지불한 책값 198만원을 자신이 아닌 장모 명의 계좌로 입금하게 했다.
2016년 6월과 12월에는 자신의 부인이 사용할 130만원과 196만원 상당의 항공권도 대신 결제하도록 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시가 80만원 상당의 골프채 2대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금융투자업 등을 하는 B씨에게 '오피스텔을 얻어 달라'고 요구해 B씨는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 등으로 1300여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에게는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가기 전 강남에 아파트를 사기 위해 무이자로 2억5000만원을 빌려 사용했다.
검찰은 이날 "금융위원회는 법률에 근거해 자산운용사, 신용정보회사 등을 인허가하고 관리감독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또 200여명의 소수로 운영돼 구성원들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금융위 고위간부와 투자업 관계자가 금품을 매개로 유착할 경우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말을 아꼈다. 검찰 기록을 입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공소장에 작은 사실들이 여러 개 담겨 있어 준비가 덜 됐다"며 "혐의를 인정할지 부인할지에 관한 의견은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와 증거에 대한 의견은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밝힐 예정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 전 부시장 재판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뇌물수수 등 혐의 피고인인 동시에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무마 의혹의 핵심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켰고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서울동부지검 형사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조 전 장관을 비공개로 불러 감찰 중단이 결정된 경위에 대해 보강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같은 달 27일 기각됐다. 법원은 "혐의는 소명되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 조 전 장관에 대한 표적 수사,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기도 햇다.
때문에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서울동부지검이 영장을 재청구하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불구속 기소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무리한 판단이 드러난 상황에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했다가 다시 기각되면 검찰 수사 자체의 신뢰성의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서울동부지검에서 직권남용 혐의로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 그는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동부지법에서 다른 혐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추후 법원에서 사건이 병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6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비위 혐의에 대한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사진은 서울동부지검.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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