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청산하고 국민주권의 촛불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주창했습니다. '청렴한국'은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두번째로 소개될 만큼 주목도가 높습니다.
핵심은 국민권익위원회를 반부패·청렴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개편, '국가청렴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지금 권익위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합쳐졌는데 반부패·청렴 기능만 분리,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반부패·청렴과는 다소 관계가 적은 행정심판 기능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해 법제처장이 사무를 수행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집권 중반기로 넘어가는 지금까지 청렴국가 국정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렴위 신설과 행정심판 기능 분리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행정심판법 개정안'이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들은 지난해 1월31일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못 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즉 공수처 설치 등 다른 중요 개혁법안을 처리하느라 우선순위가 밀렸습니다. 실제 이 법들은 공수처 설치 등과 함께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키로 했으나 여야 논의에서 제외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은 현행 권익위만으로도 반부패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
"정무위에서 계류된 상태로 논의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야당이 행정심판 기능 분리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국회를 설득했을 텐데 상반기는 놓쳤다. 정부 초기에 조직 개편이 있었어야 하는데 지금은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
그런데 한국당의 반대엔 다른 속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권익위가 지금처럼 고충민원, 부패방지, 행정심판 기능을 갖추게 된 건 이명박정부 때입니다. 당시 기능이 통합·확대된 권익위 위원장은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불린 이재오 전 의원이 맡았습니다. 이런 탓에 한국당 입장에선 권익위 개편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성과 지우기로 인식, 거부감을 갖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또 권익위 개편을 통해 문재인정부에 권력개혁 성과를 하나 더 만들어주기 싫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정부가 권익위를 청렴위로 개편하면서 부패·공익신고에 관한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부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여야의 개혁의지 상실로 현장에서의 부패방지는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강원랜드와 KT 채용비리,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논란,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와 경찰 유착 등으로 청렴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논란과 고 장자연씨 사건에 관한 사법당국의 행태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셉니다.
문재인정부는 '청렴한국' 국정과제를 통해 부패방지 체계를 강화하고 예산집행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하는 부패인식지수(CPI)도 2016년 52위에서 임기 내 20위권으로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국가청렴위원회 설치에는 우선순위가 밀렸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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