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채진원 "정치불신 해소위해 공천 개혁부터 시작해야"
"오픈프라이머리 제도화, 국민 정치참여 이끌고 정치 극단성 줄일 것"
"'계파공천' 이어지면 정치발전 요원…국민과 정치권 괴리도 커져"
2019-03-28 06:00:00 2019-03-28 06: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여론조사 기관들이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를 할 때마다 국회는 하위권에 머무른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정치개혁인 이유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공천개혁'이다. 당원과 유권자의 견제를 받지 않고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정치학자인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의 제언이다.
 
채 교수는 "한 정당 안에 여러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공화주의적 질서 형성을 위해서도 공천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식은 가운데로 수렴하지만 정치권의 주장은 양 극단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향식 공천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한 정당 안에 여러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공화주의적 질서 형성을 위해서도 공천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채진원 교수 제공
 
"오픈프라이머리 공천제 도입해야"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지난 17일 지역구와 비례대표 수를 각각 225·75명으로 하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정서 공정성 강화, 석패율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선거제 개편 만큼이나 공천 개혁이 더욱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우리 국민들은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특정지역 의석을 특정정당이 싹쓸이하고, 선출 후보가 국가이익이 아닌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점에서 찾는다. 국민들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책임성을 요구하는 한편,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정당 내 공천 개혁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여야가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공직 후보 선발 시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출하는 방식)를 제도화하면 탈산업화·탈물질주의화 과정에서 점차 중도주의적 성향을 띄는 국민들의 정치참여도 활발해질 수 있고 정치의 극단성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채 교수는 지난 2016년 펴낸 책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21세기 중도정치를 제시한다. 그 특징은 "중도층과 무당파, 중산층을 배제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치적·경제적 양극화의 폐해에 맞서 국민들의 관심사인 실생활 문제와 민생 갈등을 정치의 주요 쟁점으로 만들고 민생정치를 활성화하는 시민정치운동"으로 설명한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권자 간 이념격차는 줄어들지만, 주요 정당들의 정당 간 이념 격차가 벌어지는 점은 정치권과 일반 국민들 사이 거리를 넓히는 요소다. 채 교수는 "한국 정당과 정치권이 국민 다수인 중도성향을 대변하기보다는 진보와 보수를 과대 대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 외에 다른 정치학자들도 정치적·경제적 양극화를 경계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과 온라인, 정치현장이 결합된 플랫폼 구축을 통한 새로운 정치운동 전개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공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채 교수는 이 대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를 평가하면서도 미완의 과제들을 남겼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만 공천권을 포기하면 될 줄 알았지만 상대편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국민참여경선제를 제도화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21세기형 네트워크 정당'의 핵심은 여야 모두가 국민 참여경선제에 기반한 공천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제도나 기준 없이 기존 '계파공천'이 이어지면 정치발전은 요원하고, 국민들과 정치권의 괴리도 심해진다는 주장이다. 채 교수는 "공천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자꾸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정당체계의 파편성과 파벌정치를 심화시키는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1년 4월8일 오픈프라이머리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국회와 각 정당에 제시했다. 여야 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정치권 내 논의도 활발해지는 중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뒷줄 오른쪽 세 번째)가 지난 2017년 9월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헌논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시작 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양극화 해소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필요"
 
채 교수의 공천개혁 주장은 중산층 복원과도 맞닿아있다. 현재 한국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은 1979년 전체 27%에서 2012년 44.9%까지 상승했다. 반대로 하위 10%의 실질소득과 보유자산은 하락했다. 채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정치적·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정치적 통합력은 갈수록 약해지는 실정"이라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신뢰회복과 국민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중산층 복원이 시급하다는 것이 채 교수의 주장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경제적 양극화 극복과 균형잡힌 사회 구축을 위해서는 임금상승이 필요하며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제언도 내놨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연대임금제'라는 이름으로 일부 현실화되는 중이다. 연대임금제는 노사 교섭을 통해 동일업종 내 저임금 기업의 임금 상승은 촉진하고, 고임금 기업의 임금 상승은 억제함으로써 노동자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제도다. 기업 규모와 수익, 산업 등에 상관없이 같은 내용의 일을 하는 노동자라면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
 
2011년 4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노동법원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했는데도 임금의 차이가 있었다면 사후에라도 보상해야 한다"며 파견직 여성 근로자에게 1만3200유로(약 2100만원) 지급을 명령한 바 있다. 스웨덴의 경우 노조 스스로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고,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낮추는 제도를 시행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바 있다.
 
채 교수는 "이같은 노력은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이어졌다"며 "제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공무원 호봉제 개편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기업 대상 우선 재정지원 등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을 되살리는 길이며 스웨덴 등에서 이뤄졌던 노사정대타협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경제적 양극화 극복과 균형잡힌 사회 구축을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필요성도 역설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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