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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냐, 관행이냐"…대법정 선 '명의신탁 부동산 쟁탈전'
대법, 100년 관행·판례 변경여부 두고 공개변론…5월 중 선고 예정
2019-02-20 19:14:52 2019-02-20 19:14:52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명의신탁자의 부동산 소유권 인정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에 불이 붙었다. 대법원은 양자간, 삼자간 각각 발생한 명의신탁 관계에서 제기된 신탁자의 부동산 회복 청구 소송 2건의 심의를 앞두고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어 쟁점을 다퉜다. 20029 명의신탁자의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 데다, 주제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부동산인 만큼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변론에 참고인으로 나선 교수진 간에도 명의신탁 자체가 민법상 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의견과 그 불법성이 성매매 등 현저한 반도덕적·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건 아니란 반론이 맞섰다. 또 명의신탁의 불법성을 인정해 소유권 회복을 불허할지라도 같은 불법해위에 가담한 수탁자의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명의신탁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판사들이 최초 선고했으나 현재는 일본에도 없는 제도로, 투기·탈세·탈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서 형사적으론 양자간 명의신탁을 횡령죄로 처벌하면서, 민사적으론 신탁자의 반환 청구권을 인정한 기존 판례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부동산실명법 제정은 투기와 탈세 등을 목적으로 한 명의신탁을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거래를 정상화하고 반사회행위를 처벌한다는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제 대법원은 명의신탁의 반사회성을 인정하는 사법적 결단을 통해 늦었지만 입법적 결단에 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오식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 금지 규정은 정책적 금지규정일 뿐이고, 명의신탁약정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행위로 볼 수는 없다면서 신탁자에게 소유권 회복을 인정한 종전 판례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존중한 것이고, 신탁자의 채권자 보호 차원에서도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송 교수는 “‘농지법경자유전 원칙을 반영한 입법이지만, 오늘날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와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폭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유연한 해석을 강조했다.
 
박동진 연세대 법전원 교수는 명의신탁은 근절돼야 할 위법행위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그 방법과 정도에 있어 신탁자의 소유권 박탈이 적절한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대가 없이 소유권을 박탈하는 데다. 그 박탈 재산을 국가에 귀속하면 문제가 아닌데 그것을 불법행위라고 규정한 명의신탁에 일정부분 개입한 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결론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신탁자의 소유권은 인정하되, 불법한 명의신탁을 했다는 자체에 대해선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징역이나 과징금, 벌금을 부과하는 부과하는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를 마친 부동산을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20일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법관들도 질의응답을 통해 의견을 개진했다. 두 사건의 주심인 조희대 대법관은 부동산실명법 입법 당시엔 일제부터 시행된 명의신탁에 대해 갑자기 재산을 뺏을 순 없었던 것이지만, 이제 30년 가까이 시행해오면서 그때와는 다른 사회질서가 형성됐다그걸 금지하고 재산을 못 가져가게 한다고 해서 특별한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당연한 거다. 자기 이름 아니면 자기 소유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관은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 처벌해도 근절되지 않고 민사와 대법원 상고도 상당수라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악법을 왜 계속 민법학자들이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유숙 대법관은 피고측 대리인에게는 소송 전까지 신탁자인 원고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전제로 농지경작의 대가를 지급하다가 소송 제기 후 소유권 귀속을 주장하는 내용 사이엔 모순이 있다고 하고, 원고측 대리인에게는 원고가 소유권을 인정받을 경우 결과적으론 농지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이행강제금과 기타 형사처벌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데 그걸 감수하고라도 등기를 회복할 것인지 생각해본 적 있느냐며 예리한 질의를 던졌다. 이에 피고측 대리인은 태도를 탓할 수 있지만 어느 쪽의 불법성이 더 큰 지 보면 신탁자의 불법성이 더 크다고 답했고, 원고측 대리인은 사건이 공개변론까지 열리고 판례변경 문제까지 된 상황에서 당사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을 참작해 심의를 진행한 후 오는 5월 중 선고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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