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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전자기타 든 엘리 굴딩, 버라이어티한 음악 세계
가을밤 올림픽홀서 첫 내한…2000여 관객 매료시켰다
2018-09-07 18:07:55 2018-09-07 18:07:5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6일 저녁 9시 20분 무렵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공연장 전체를 붉은 빛 조명이 물들일 무렵이었다. 밴드 세션들 사이로 몸을 잠시 숨긴 엘리 굴딩이 갑작스레 전자 기타를 들쳐 매고 나타났다.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곧바로 ‘피겨 에이트(Figure 8)’의 록킹한 기타 속주를 이어가자 앞서 1시간동안 진행 중이던 공연의 기억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잠시만. 그러니까. 턱을 괴고 앉아 가냘프게 노래하거나 360도를 돌면서 춤을 추던, 그 굴딩이 맞는 거지?’
 
리드 기타를 연주하며 고음을 내뿜는 ‘여성 록커’는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웠다. 뒤돌아 서서 밴드 멤버들과 ‘합’을 맞추고, 노래를 부를 때는 헤드뱅잉을 하며 음악을 온 몸으로 표현해댔다. 중후한 기타 음에 맞춰 천둥처럼 번쩍이던 섬광 조명들은 그의 버라이어티한 음악 세계를 선험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첫 내한공연 중인 엘리 굴딩.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엘리 굴딩은 2010년 발표한 데뷔 앨범 '라이츠(Lights)'로 그 해 BBC '사운드 오브 2010(Sound Of 2010)'에 선정되고 브릿 어워드(Brit Awards)에서 '비평가상(Critics' Choice)'을 수상하며 단숨에 영국 팝 음악계의 신예로 주목받았다.
 
동명 타이틀곡 'Lights'는 이후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올랐고,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후로도 신스팝을 기반으로 포크에서 드럼앤베이스를 아우르는 ‘포크트로니카(Folktronica)’ 등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도 신디사이저와 기타, 드럼 등 록 밴드 셋과 여성 3인으로 꾸려진 코러스 등이 더해져 사운드가 평소 음원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풍성하게 느껴졌다.
 
이날 주최측인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추산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공연은 8시20분쯤 시작됐다.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한 굴딩은 두 손을 휘젓는 듯한 춤 사위를 선사하며 첫 곡으로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를 뽑았다. 
 
간주 부분 스네어 두 개가 설치된 쪽으로 다가가 밴드 셋의 합주에 맞춰 폭발적으로 드러밍을 하기도 했다. 
 
이어 ‘홀딩 온 포 라이프(Holding on for Life)’, ‘썸띵 인 더 웨이 유 무브(Something in the Way You Move)’ 등 신나는 분위기를 연달아 이어갔다.
 
엘리 굴딩.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장르적 다양성은 세계적인 뮤지션들과의 콜라보 곡들을 라이브로 들려줄 때도 빛을 발했다. 굴딩은 체인스모커스, 스크릴렉스, 메이저 레이저 등 세계적으로 핫한 뮤지션들과 협업을 해왔는데, 이번 공연에선 캘빈 해리스와 작업한 곡 ‘아웃사이드(Outside)’, ‘아이 니드 유어 러브(I Need Your Love)’를 라이브로 선사했다.
 
셋리스트의 완급 조절, 무대 매너도 훌륭했다. ‘킵 온 댄싱(Keep on Dancin')’, ‘돈 니드 노바디(Don't Need Nobody)’ 등 댄서블한 곡들을 끝낸 뒤에는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 주법과 목소리 만으로 공연장을 채우는가 하면, 관객들과 교감하는 시간도 충분히 가졌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 처음 오게 됐는데 당신들 정말 스윗하네요.” “오늘 콘서트에 친한 친구랑 온 분이 있나요? 다음 노래는 제 가장 친한 친구를 위한 노래에요. 다음 곡은 ‘ARMY’ 입니다.”
 
조용한 곡에서 턱을 괴고 노래부르는 엘리 굴딩.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공연 후반부 ‘피겨 에이트(Figure 8)’의 파동 이후, ‘온 마이 마인드(On My Mind)’, ‘라이츠(Lights)’, ‘아이 니즈 유어 러브(I Need Your Love)’ 등의 통통 튀는 전자음이 팬들을 더 격렬하고 거세게 굴딩의 다양한 음악 세계로 이끄는 듯 했다.
 
‘영화 OST 퀸’으로도 불리는 그의 마지막 앙코르곡은 '러브 미 라이크 유 두(Love Me Like You Do)'. 노래를 마친 굴딩의 마지막 멘트에선 조만간 한국땅을 다시 밟을 그를 그릴 수 있었다.
 
“정말 희망적으로 꼭 다시 올 거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 여러분 오늘 모두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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