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질병관리본부(KCDC) 수장에 오른지 만 1년이 지난 정은경 본부장은 취임 당시 "감염병 예방을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의사출신인 정 본부장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 감염 예방과 역학조사 과정을 지휘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정 본부장은 전남여고와 서울대 의학과를 거쳐, 1995년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들어섰다. 이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 국가 위기관리의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했고 지난해 7월27일 본부장으로 임명 당시 국장급에서 실장급(1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차관급으로 승진하면서 관가의 주목을 받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이 세계 주요 언론과 관계자 등으로부터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된 배경에는 정 본부장과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담겨있다. 취임 당시 고민중이었던 감염병 예방 시스템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이미 성공적으로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 질병 부담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안전의 문제를 넘어 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정 본부장을 <뉴스토마토>가 만났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사진/뉴스토마토
본부장에 오른지 1년이 지났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지난 2월에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이 가장 기억이 난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해외 감염병 유입과 국내 감염병 집단발생 예방을 위한 ‘감염병관리대책본부’를 구성해 총력대응 했었는데, 대회 직전 민간 보안요원 숙박시설에서 노로바이러스감염증이 집단발생 했다. 다행히 설 연휴도 반납하고 헌신해준 직원들의 노고 덕분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잘 마무리 됐다는 의미는
우리 직원들뿐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올림픽조직위, 지자체(강원도) 범부처 합동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역대 올림픽중 선수에서 감염병 환자가 가장 적게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선수 4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 당시 52명, 2006년 토리노 57명, 2014년 소치 28명 등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치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유행 이후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수립해 국가의 신종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정규직 역학조사관과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늘리고,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또 질병관리본부에 24시간 긴급상황실과 즉각대응팀을 설치·운영해 신종감염병 유행시 신속한 초동대응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성과를 설명하자면 국가방역체계 개편 이후 2016년부터 현재까지 570여명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역학조사,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 이송 등의 초동대응절차를 진행했고,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우리나라 보건 체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메르스 이후 국가방역체계 개편을 통해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비 역량을 강화했지만, 아직 감염병 대응인력 역량 강화, 전문병원 설립 등 진행 중인 과제가 많다. 전문임기제 역학조사관 채용 등을 통해 역학조사관의 수는 증가했지만, 역학조사관 및 지자체 감염병 담당자의 대응 역량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교육 및 훈련을 통해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병원도 필요한 시점이라, 2022년 운영을 목표로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 1개소와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1개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역학조사관은 충분히 확보됐는지
현재 중앙 및 지자체에 수습을 포함해 총 110명의 역학조사관이 근무 중이다. 메르스 당시 34명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많이 확충됐다. 다만 숙련된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시도에서는 15명의 공중보건의가 배치돼 역학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의무복무기간을 근무하므로 업무의 연속성이 부족하고, 지자체 감염병 담당자는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전문성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역학조사관 양성과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정책을 점검 중에 있고,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다양한 교육과 현장 대응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 지속적인 역학조사 교육과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WPRO) 파견근무 등의 역량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염병 예방 5대 국민행동수칙 등을 설명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사진/뉴시스
올 여름 폭염사태가 있었는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있었나
폭염은 열탈진과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을 초래해 건강에 영향을 준다. 특히 올해는 폭염이 심해지고 길어지면서 국민들이 건강보호를 위해 온열질환에 대해 알고 예방할 수 있도록 온열질환의 발생추이와 예방수칙을 적극적으로 안내했다. 또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발생추이를 모니터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전국 500여개 응급실과 협력하여 응급실에 내원한 온열질환자의 정보를 일일단위로 수집하고 있다. 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실시간 신고체계로 온열질환 현황을 신속히 파악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나이, 성별, 직업, 증상발생 장소와 시간대 등 주요정보를 수집·분석해 주의사항과 건강수칙을 안내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취약계층이 특히 걱정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인, 쪽방주민 등 취약계층에 대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보호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관리사가 취약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통해 안전 확인하고 있고, 전국 경로당 약 6만5000개소에 월 10만원 냉방비 지원과 냉방용품 등 후원금품 지원했다. 노숙인·쪽방주민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 후 병원 입원 또는 노숙인 시설 연계 등 상시 보호체계도 작동하고 있다. 아울러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임시보호시설, 쪽방상담소 등을 폭염 기간 중 피서 공간, 응급대피소로 적극으로 활용하고 있고 위 시설에 없는 지자체는 자활·재활·요양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피서공간을 별도 마련해 운영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폭염 대책과 관련해 준비하는 게 있는지
온열질환의 발생추이를 파악하고 주요 위험수칙을 안내하기 위해, 전국 응급실(500여개)과 협력해 온열질환자 진료현황을 일단위로 신속히 집계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감시체계의 제한점을 보완하기 위해 응급실을 경유하지 않는 온열질환의 발생 및 사망사례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청과 협력해 전국 병의원의 수진자료와 사망자료를 분석하고 폭염 건강피해 규모를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온열질환 외에도 폭염에 의한 초과의료이용과 초과사망을 분석해 폭염의 건강영향에 대해 전면적으로 살펴 앞으로의 폭염 대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온열질환 감시체계 결과가 궁금하다
올해 5월20일부터 8월14일까지 기준으로 보면 온열질환은 남자 3047명, 여자 1101명이다. 이 기간48명이 사망했다. 온열 질환 발생현황은 60대 이상이 1690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877명, 60대 661명, 40대 627명 등의 순이었다. 질환별로 보면 열탈진이 2281명이었고 열사병 984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 발생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가 1878명으로 가장 많았고 발생장소는 실외작업장이 1141명, 집 592명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850명, 서울 575명, 경남 395명 등의 순이었다.
마지막으로 재임기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세계 각국은 현재 질병관리를 안전(safety)의 문제를 넘어 안보(security)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국민건강지킴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재임 기간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다.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국민 건강을 위해 평소에 역학조사관 등 직원들의 전문역량을 지속적으로 제고하고 상황발생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교육·훈련을 수행하도록 하겠다.
2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감염병 예방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질병관리본부
오송=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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