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승부수 던졌지만…"경영실패·퇴진" 주장 봇물
한진 학습효과에 이른 사과로 조직적 저항 진압 시도…"6일 집회 예정대로"
2018-07-05 17:17:07 2018-07-05 17:17:0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나흘째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불편을 겪은 고객과 현장에서 유탄을 맞은 승무원 등 직원들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앞서 조양호 한진 회장이 막내딸의 물컵 갑질에 늑장 대처했다가 그룹 전체가 쑥대밭이 된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이 이른 사과에 나서며 수습 의지를 밝혔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6일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며 박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다. 핵심은 박 회장의 경영 실패로, 이는 퇴진 요구로 이어진다.   
 
지난 4일 오후 박 회장은 서울 종로 광화문사옥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1일 자정부터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차질과 운항 지연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특히 "(기내식 공급 차질을)미리 예측 못하고 준비 못해 직원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며 "고객들로부터 질책도 받았을 것인데 이 점에 대해 회장으로서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아시아나 측은 박 회장이 1일부터 3일까지 중국에 머무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즉각적인 사과 및 수습 의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론도 여론이지만 직원들의 단체행동 움직임에 놀랐다. 이러다가 대한항공처럼 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이른 사과의 배경을 직원들의 집단행동에서 찾았다.
 
지난 4일 박삼구 회장은 서울 광화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일 자정부터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차질과 운항 지연을 사과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익명의 채팅방을 개설해 내부제부를 하고 박삼구 회장 규탄 집회를 열기로 했다. 5일에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성명을 내고 최고경영진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사진 왼쪽부터)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개설한 익명의 채팅방, 박삼구 회장이 4일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성명, 사진/뉴스토마토
 
실제 조양호 한진 회장은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보도 이후에도 '땅콩회항' 사태를 거울삼지 못하고 결단을 미루다, 부인 이명희씨를 비롯해 두 딸(현아·현민)과 자신마저 구속 위기로 내모는 자충수를 뒀다. 후계자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마저 부정 편입학 의혹으로 교육부의 조사대상에 올랐다. 조 회장은 4월12일 물컵 갑질이 첫 보도된 이후 그룹 내부에서 조 전 전무에 대한 경질을 제언했지만 이를 물리쳤고, 사태가 해외 명품 밀반입 등 범죄 혐의로 비화된 이후인 22일에서야 뒤늦게 사과했다. 이마저도 서면으로 사과해 대한항공 임직원과 여론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앞장서서 감쳐졌던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횡포와 비리 등을 언론 등에 제보하는 한편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서 '조양호 아웃'을 외쳤다.  
 
이런 점에서 박 회장의 이른 사과는 직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한 승부수였다. 조 회장 일가를 침몰시킨 직접적 원인을 내부의 조직된 저항으로 본 박 회장은 한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직원들에게도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지만, 봇물처럼 터진 저항은 기세를 올리고 있다. 기자들을 포함해 대규모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을 개설, 그간의 내부 비리 등을 고발하는 한편 예정대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수백명이 참여하는 '박삼구 회장의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를 연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박 회장 사과 다음날인 5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태는 2006년 그룹 경영층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야기된 경영실책과 무분별한 자금조달이 원인"이라며 박 회장의 경영 실패를 따졌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조가 "경영진을 대신해 고인이 된 기내식 공급 하청업체 대표와 유족, 손님께 사과드린다"며 "경영진은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단체 채팅방에 모인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박 회장의 경영 실패를 성토했다. 여객 수요가 계속해서 급증하는 등 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그룹에 대한 무리한 지원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됐고 이는 낮은 처우 등으로 이어지며 불만이 쌓였던 터라, 기내식 대란은 이를 외부로 표출하는 촉매제가 됐다. 특히 기내식 대란 이후에도 회사가 아무런 지침을 내려주지 않아 현장의 혼선만 가중됐고,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의 분노, 심지어 욕설까지 받아내면서 "출근이 무섭다"는 토로도 줄을 이었다. 기내식 대신 지급된 쿠폰을 통해 기내 면세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 행렬이 이어지면서 착륙 직전까지 면세품 판매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