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조원대로, 2007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커피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캡슐커피 시장도 덩달아 급성장하는 가운데 재활용이 제대로 안되는 커피 캡슐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독일 함부르크시에서는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시 예산으로 커피캡슐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반영구적 재사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소재 캡슐이 출시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캡슐커피 사용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산림청으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이렇게 매일 쓰레기로 버려지는 캡슐 커피 용기를 활용해 미니화분을 만든다. 지난 26일 길홍덕 나무를 심는 사람들 대표를 만나 재활용 화분을 만들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하고 조경회사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조경 전문가와 어떤 나무를 어디에 공급할 것인지 논의하는 게 주요 업무였는데, 식물을 좋아했지만 직접 식물을 키우는 재미는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사람들에게 직접 식물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비 패러다임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 업사이클링(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 등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냥 버려지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운동화에서부터 TV, 기타, 컴퓨터, 냉장고까지 다양한 곳에 식물을 심어봤다. 2013년부터 1년 넘게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커피캡슐 화분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아서 주력하게 됐다.
길홍덕 나무를 심는 사람들 대표가 작년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핸드메이드페어에서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나무를 심는 사람들
커피캡슐을 선택한 이유는?
커피를 좋아하는 처제가 집에서 캡슐커피머신을 사용하고 남은 캡슐 용기를 쓰레기로 버리는 것을 봤다. 시중에 다양한 캡슐커피머신이 있고 캡슐 용기도 다양한데, 작고 분리수거하기 불편해서 재활용률이 10% 수준에 머무른다고 한다. 돌체구스토 캡슐의 경우 겉 포장 속에 커피가루를 누르기 위해 한 번 더 비닐포장이 돼 있어 재활용이 특히 어렵다. 재활용센터에서도 작은 캡슐용기를 일일히 분리수거하지 않는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캡슐에 자석을 붙이고 꾸며서 냉장고 등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미니화분을 만들었다. 처제가 캡슐커피 온라인 카페에 형부가 이런 일을 한다고 올리자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캡슐을 보내주는 덕분에 캡슐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
오프라인에서 95% 정도 판매된다. 2년 전부터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판매하고 있고 기프트샵 네모네, 오산 알파문고 등에도 입점해 있다. 서울시청 지하1층 다누리매장은 하이서울 우수상품 인증을 받은 상품만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서도 판매된다. 청계천 밤도깨비 시장을 비롯해 각종 플리마켓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네이버스토어에서 찾을 수 있는데 판매가 잘 되지는 않고 있다. '인터넷에 등록해놓으면 팔리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화분 특성상 배송 문제 때문에 스스로 인터넷 판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최근에는 판로 확대 차원에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보니 검색에 노출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노출 키워드를 넣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관련 기법을 배우고 있다.
화분 만드는 것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식물상담가라는 명칭을 명함에 새겼다. 꽃집 아저씨에게 물어보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식물을 키우다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자 한다. 식물 키우는 건 환경 보호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인 자연이 훼손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넓게 봤을 때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식물상담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목적에서 학교 방과 후 학습 시간에 환경 강의를 다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과 그에 따른 동물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리수거 방법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생각이 이미 굳어진 어른들은 습관을 쉽게 바꿀 수 없지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실천 방법에 대해 교육받으면 달라질 수 있다.
환경 교육은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에는 관련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 배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이런 수업을 방과 후 교실 콘텐츠로 채택해야 강의를 다닐 수 있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강사를 양성한 뒤 강의 자리가 확보돼야 한다. 지난해 자석화분 만드는 법을 포함한 두 시간짜리 강의를 초등학교 한 학년 전체 학생들에게 50번 정도 했고 올해는 현재까지 10번 정도 했는데 현재는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하는 단계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기초수급생활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채용하려고 하지만 임금이 낮은 열악한 일자리를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 어쩌다 면접을 보게 돼도 회사가 면접자를 평가한다기보다 면접자가 회사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도 구직난이 심각하다고들 하는데 더구나 대표 한명에 직원 세명이 전부인 회사에서 꿈을 키우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화분 제작을 장애인 노인들에게 맡기고 있는데 이들도 소소한 일거리 정도를 원할 뿐 채용을 원하지 않는다. 취직이 되면 기초수급 대상에서 탈락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려고 하면 다른 곳에 일을 맡기는 게 나을 수 있지만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왕이면 취약계층과 일자리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길홍덕 대표는 "사회적 기업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자생력을 갖춘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강명연 기자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말 사회적기업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부에서 사회적기업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생력을 갖췄는지다. 실제로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다보면 한계가 있게 마련인데 우리 역시 그런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올해는 인건비 지원 외에 사업개발비 신청을 하지 않고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캡슐 화분을 처음 팔기 시작한 2016년에 2000개를 팔았고 작년에는 1년 만에 두 배 늘어난 4000개를 팔았다. 올해는 8000개를 팔아야 하는데 오프라인 판매만으로 역부족이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시장성을 확인했고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전략을 잘 짜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더라도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며 작게나마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회사가 되고 싶다. 회사가 자리한 송파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카페에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점도 안타까운데 이런 인식을 하나씩 개선해나갔으면 한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현재 온라인 카페 회원들이 보내주는 커피캡슐을 캡슐커피 최대 브랜드인 네스프레소 본사에서 직접 공급받는 것이다. 현재 네스프레소는 자체적으로 커피캡슐을 가져오면 할인해주고 이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환경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 우리가 네스프레소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꿈을 꾸고 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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