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신상윤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국내에 더 이상 머무르기 힘들 전망이다. 재외동포(F-4) 비자를 갖고 있는 조 전 전무는 관련법에 따라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체류 연장이 불허될 수 있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조 전 전무의 강제추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조 전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한 물벼락 갑질과 고가의 명품 밀반입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주 조 전 전무를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밀수로 인한 관세 포탈은 사안이 엄중해, 중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2일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행 재외동포법은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국내 체류를 금지할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공공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을 경우 강제 퇴거도 가능하다. 조 전 전무가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국외로 추방 또는 체류 연장 불허가 가능하다는 결론. 이는 법무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 일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한 데다, 조 전 전무의 강제추방과 입국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진행 중이어서 법무부가 이 같은 여론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가수 유승준씨가 병역 회피 의혹으로 F-4 비자 발급이 거부되고, 입국이 금지된 전례도 있다.
조 전 전무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를 졸업하고, 2005년 HS애드(당시 LG애드)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F-4 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했다. 조 전 전무는 1983년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미국과 한국 2중 국적으로 지내다,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부친 조양호 회장이 한국 국적을 보유해 F-4 비자를 받았다. 이 비자는 3년마다 갱신하면, 무기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조 전 전무의 갑질과 밀수 의혹으로 체류 연장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비자 연장이 불허되면, 14일 내 출국기한을 밝혀야 한다. 조 전 전무는 현재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상태다. 국내에서 추방되면 경영 복귀는 요원해진다. 김흔수 서울남부행정사 대표는 "2~3개의 위법 행위가 인정되면, 강제 퇴거에 입국 규제까지 더해질 수 있다"며 "유승준씨 때처럼 국민감정이 개입돼 영구 추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조 회장 일가의 세무조사를 검토하는 점도 조 전 전무에게는 부담이다. 국세청은 이달 대한항공과 칼호텔네트워크에 대한 세무조사를 재개할지 결정한다. 소득세법은 거주자·비거주자 여부에 따라 과세를 달리한다. 외국인과 재외동포는 1년 중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하거나 거주할 필요가 있을 경우 거주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대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 조 전 전무는 최근까지 대한항공, 진에어의 임원과 한진관광 등의 대표를 맡아 세법상 거주자로 분류된다. 소득을 미신고하거나 고의로 은닉했을 경우 탈세 혐의까지 가중될 수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자인 조 전 전무가 등기이사로 있었던 진에어의 항공면허 취소 검토에 착수했다. 국내 항공법상 외국인은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항공사 등기이사를 맡을 수 없다. 조 전 전무는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됐다.
구태우·신상윤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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