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점심시간대 은행 창구업무 중단 여부가 은행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은행장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지만 저마다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
고객 입장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태도, 직원 입장을 생각한 긍정적 반응 등을 나타냈다.
점심시간 은행 창구업무 중단은 올해 금융권 노사가 산별교섭 안건으로 논의 중인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상견례를 겸한 올해 첫 산별교섭을 진행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이날 은행회관에 도착한 뒤 기자와 만나 "오늘은 상견례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라 구체적인 사안은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고객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고객중심의 경영철학을 강조해왔다.
그는 작년 11월 취임사에서도 "국민은행이 고객의 마음 속 1등 은행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객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원의 마인드와 행동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허 행장에 이어 은행회관에 도착한 위 행장은 "처음으로 참석하는 자리라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할 것 같다"며 교섭 장소로 향했다.
작년 말 취임 후 직원들과의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인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입장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점심시간 은행 창구업무 중단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그동안 직원들에게는 (점심시간이) 너무 빠듯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의 이같은 발언은 사측에서도 점심시간 은행 창구업무 중단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입장을 감안하면 점심시간대에 영업점 문을 닫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나 업무 중단으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동시에 점심시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교대로 식사를 하지만 고객들이 몰려 제대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모두가 동시에 점심식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사실상 점심시간대에는 은행들이 영업점 문을 닫는 셈이다. 금융노조 측은 오후 1시 이후 등 점심시간을 직장인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와 다르게 설정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별교섭에 참여하는 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에서는 오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영업점 문을 닫자고 요구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시간대는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업무 중단뿐만 아니라 '주4일제 근무' 역시 산별교섭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산별교섭에서 주4일제 근무가 교섭 안건으로 오른 것은 아니지만 금융노조 측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 장기적으로 주4일제 근무 시행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9일 협의회에 제출한 산별중앙교섭 임금 및 단체교섭 요구안에 근로시간 규정을 기존 '주5일, 주40시간'에서 '주5일 이하, 주40시간 이하'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당장 이번 교섭에 안건으로 올리진 않았다"며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뒤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산별교섭에는 은행연합회, 금융노조를 비롯해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부산은행, 한국감정원 노사가 대표로 참여한다. 협의회 측에서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허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김학규 한국감정원장 등이 참가한다. 금융노조에서는 허권 위원장과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 우진하 농협 노조위원장, 권희원 부산은행 노조위원장, 김익태 한국감정원 노조위원장이 참석한다.
사진/뉴시스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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