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검찰이 구속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을 110억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 23일 구속한 검찰은 주말 휴일이 끝난 26일에 이어 28일까지 두차례 서울동부구치소로 이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4일 소환조사에서 할 말을 다해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차 방문조사를 거부하면서 "구속 후에도 검찰은 함께 일했던 비서진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고,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고, 검찰의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2차 방문조사 시도 때에 검찰은 신봉수(사법연수원 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29기) 특수2부장이 오후 늦게까지 조사에 응할 것을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강훈(14기) 변호사는 29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의 접견을 끝낸 뒤 "검찰 조사에 관해 대통령 뜻은 변경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사거부는 구속기간 만료일인 4월10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이 자신에 대해 조사 참여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대면조사가 채 진행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판단이다.
검찰이 파악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총 20개 안팎이다. 그러나 지난 19일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뇌물수수·국고손실·조세포탈·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2개 혐의만 적시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이 수사 중인 국정원 외곽팀 등의 댓글조작과 군사이버사를 동원한 여론조작 및 형성 등 혐의는 대면 조사를 하지도 못했다. 조사거부가 기소 후 재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구속 수감을 정치적 상황으로 끌고가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천안함 옥중서신'이 대표적 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8주기인 지난 26일 자신의 SNS게시판에 "통일되는 그날까지 매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매우 유감"이라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이런 상황이 기소시까지 계속될 경우 검찰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로서는 ‘전직 대통령 예우를 갖추고 설득을 통해 조사를 시도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전혀 협조를 하지 않았다. 정상적 진술거부권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비판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잘 아는 형사전문 변호사도 “법원이 검찰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은 잔여 구속연장 가능기간을 모두 채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조사 거부에 대한 특별한 이유를 저희에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적 관심이 큰 상황에서 정상적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고 의미있기 때문에 방어권 행사를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속의 취지는 충분한 증거물 수집이다. 현재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혐의가 방대하다. (구속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방문조사를 시도하지 않았으나 30일쯤 다시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이날 “현재 이 전 대통령은 잠을 잘 못자고 있고 얼굴이 약간 부어있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변호인 강훈(왼쪽) 변호사와 변호인단이 28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 전 대통령이 옥중 조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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