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5시' 기습 출석…검찰, 재소환 불가피
자진출석 안 전 지사, 일방적 주장만 늘어 놓을 듯
"조사 얼마나 받겠느냐"…'정치적 노림수' 비판도
2018-03-09 21:15:20 2018-03-10 13:45:0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여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자진 출석했지만 추후 검찰 재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소인인 김지은씨에 대한 진술 청취 등 기초 조사가 채 끝나기 전 안 전 지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기습적으로 출석했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3시40분쯤 언론을 통해 불과 1시간 20분쯤 뒤인 오후 5시에 검찰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 검찰은 김씨를 검찰청으로 불러 진술을 듣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안 지사가 김씨를 성폭행한 장소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 중이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 오정희)는 사전에 안 전 지사로부터 출석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적으로, 고소장이 접수되면 검찰은 먼저 고소인 조사와 함께 제출된 증거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이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혐의사실을 어느정도 특정한 다음 피고소인을 소환 조사해 혐의사실을 확정한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 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에 대해 “조속한 증거보전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안 전 지사의 출석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고소인 조사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기초로 피고소인(피의자)에 대한 조사사항을 추려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끼어들어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은 안 전 지사가 주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식으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본격적인 조사는 기초수사가 다져진 다음 조만간 안 전 지사를 다시 소환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가 출석한 시간을 두고도 일종의 정치적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판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시간을 끌다가 검찰에 불려 나오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또 주말인 토요일에는 석간신문은 발간되지 않고 조간신문도 면이 줄어 대부분의 이슈가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등 대형 이슈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안 전 지사의 자진 출석 결정도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즉흥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형사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폭행 사건은 당사자 간 진술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증거 분석도 까다롭다”면서 “금요일 오후 5시에 출석해서 얼마나 조사를 받겠느냐”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출석해 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변수도 없지 않다. 안 전 지사가 모든 혐의를 인정할 경우 최악의 경우인 구속기소를 면할 가능성은 있다. 수사가 조기 종결되면서 파문도 일찍 잦아들 수 있다. 그러나 범행장소로 지목된 오피스텔이 안 전 지사의 친구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으로 자진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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