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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vs 정지선, 18조원대 '홈퍼니싱' 전면전 돌입
'까사미아' 품은 신세계 '공격투자' 예고…주도권 선점한 현대백화점에 '도전장'
2018-01-26 06:00:00 2018-01-26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그룹 회장이 '홈퍼니싱' 시장을 두고 전면전에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정유경 백화점 총괄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를 전격 인수하며, 홈퍼니싱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번 인수는 시장 선점에 공을 들여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향한 도전장이기도 하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1972년생 동갑내기 맞수인 오너 2세간 자존심을 건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나 조명은 물론 침구·카펫·조명·인테리어 소품 등 최근 '집 꾸미기' 열풍과 함께 고속성장 중인 시장이다. 최근 통계청은 지난 2105년 기준 약 12조5000억원이던 홈퍼니싱 시장이 2023년엔 1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중견가구업체 까사미아를 18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인수 주체는 신세계백화점이며, 인수 대상은 창업주 이현구 까사미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전량(92%)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의 이번 까사미아 인수는 '홈퍼니싱' 시장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이번 인수는 '홈 토탈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신사업에 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신세계백화점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까사미아 인수는 하나의 가구 브랜드 인수가 아닌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보브·스튜디오톰보이 등 패션 브랜드에 신세계인터코스 등 뷰티 브랜드에 이어 '홈 토탈 라이프스타일'로 제조업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로, 장 사장의 이같은 청사진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의지와 맥을 같이한다.
 
특히 정 총괄사장이 지난 2015년 정용진 부회장과 역할을 나눠 책임경영을 시작한 후 첫 인수합병( M&A)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인수가 뜻하는 메시지는 남다르다.
 
재계 안팎에선 패션과 화장품, 면세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며 자신감을 얻은 정 총괄사장이 공격적인 경영행보에 탄력이 붙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까사미아를 필두로 신세계는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세계는 현재 72개인 가두 상권 중심의 까사미아 매장을 플래그십스토어·가두점·숍인숍 등으로 세분화해 5년 이내에 160개로 늘린다. 또 사무용 가구와 건설 자재 등 B2B 분야도 확장해 5년 이내에 매출 4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 총괄사장의 공격적 투자 움직임에 홈퍼니싱 시장 주도권 선점에 나섰던 현대백화점그룹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이 '리빙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을 정도로 '홈퍼니싱' 사업확대에 누구보다 의욕적이다. 정 회장이 경쟁사 오너들과 비교해 다소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홈퍼니싱 사업확대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엿 볼 수 있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바트를 인수하며 홈퍼니싱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수 당시 5049억원이었던 리바트 매출은 지난해 8700억원(추정치)으로 늘었다. 여기에 지난 18일 리바트가 현대백화점 계열 산업·건설 자재 B2B 기업 현대H&S을 합병하면서 올해 매출 규모는 1조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미국 최대 홈퍼니싱 업체 윌리엄스 소노마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현대리바트는 향후 10년간 윌리엄스소노마의 대표 4개 브랜드에 대한 오프라인 매장 운영 및 온라인 사업 등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2위를 두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유경 총괄사장과 정지선 회장이 홈퍼니싱까지 맞붙으며 라이벌 구도가 본격화된다"며 "시장 선점은 현대백화점이 앞섰지만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품에 안은 만큼 순위가 뒤바뀌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왼쪽)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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