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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대통령 강요'에서 '최순실 겁박'으로 선회했나
법조계 "박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 차단" 분석…"진술 번복, 신빙성 떨어져" 지적도
2017-08-02 15:44:08 2017-08-02 15:44:0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재판 피고인들이 막바지 단계에서 최순실씨의 겁박으로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했다면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씨 강요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박 전 대통령과 엮인 범죄사실을 털어내려는 의도라 보고 있다. 애초 삼성은 뇌물죄 적용을 피하고자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는 점을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지난 1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들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은 "삼성에 정씨에 대한 지원을 강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씨"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통령이 강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회사 입장에선 일종의 피해자가 돼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싶어서 추측해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도 같은 날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원래 올림픽 선수단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최씨의 겁박으로 정씨만 지원하게 됐다"며 "(지원하지 않으면)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에 안 좋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우려됐다"고 말했다.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이었던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역시 "최씨가 요구한 사항을 거스르게 되면 그보다 나쁜 일이 회사에 생길 수도 있겠다는 염려에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은 들어주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삼성이 강요 주체를 변경한 것은 최씨의 민간인 신분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출신인 노영희 변호사는 "민간인인 최씨 요구로 지원했다고 주장할 경우 뇌물공여 혐의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진술의 일관성 측면에서 옳은 전략인지는 미지수란 의견도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범죄 증명에서 관계성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마지막 피고인신문 단계에서 진술이 바뀌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경우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피고인신문에서 삼성 전·현직 임원 모두 이 부회장은 정씨에 대한 뇌물 제공 혐의의 책임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2015년 8월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 여부를 자신이 결정했지만,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선을 그었다. 장 전 사장 역시 박 전 사장으로부터 승마지원을 보고 받았지만,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도 "이 부회장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시 한 대화 내용은 전해 들었지만 정유라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뇌물공여'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앞서 특검은 비슷한 취지의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진술에 대해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실무 책임자의 총대 메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검은 미래전략실의 조직적 개입에 따라 이 부회장이 범행과 관련해 지시하고 보고 받은 사실이 명백히 인정되며, 총수 지시가 없으면 이 같은 비정상적 업무가 진행되고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5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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