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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청소년 잔혹범죄, 예방이 먼저다
2017-07-06 06:00:00 2017-07-06 16:26:22
"변호인이 해줄 게 없어 자괴감이 든다"
 
인천 초등학생 살해범 김모양의 변호인은 첫 재판에서 체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가장 무거운 형인 징역 20년이 나오지 않겠냐"고 하자 재판장이 나서 자제를 당부했다. 김양은 공원에서 만난 8살 초등생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박모양에게 훼손된 시신 일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은 단독범행을 주장하다 최근 태도를 바꿔 박양의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변호인은 김양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만, 우발적 범죄였으며 시신 훼손 당시 심신미약 상태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A양의 어머니는 지난달 19일부터 다음 아고라에 탄원 동의 글을 호소문과 함께 올리며 "가해자는 여러 가지 정신과적 소견으로 형량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냥하자'는 말로 공모해 사건을 계획했으며,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유기한 게 우발적 범죄냐"고 반문했다. 현재까지 25만 명이 탄원에 동의했다. 게다가 공범 박양은 변호사를 3명으로 대폭 줄였으나, 앞서 부장 판·검사 출신 및 대형로펌 소속 12명으로 구성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세간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려를 증폭시켰다.
 
고교 자퇴생과 입시 준비생인 이들은 왜 범행 당시 '사냥 간다', '시신 일부를 선물해 달라' 등의 문자를 주고받으며 납치·살인을 공모했을까. 변호인은 이들의 "인터넷 캐릭터 커뮤니티 속 가상 대화로 현실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가상 대화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역할극으로, 각자 캐릭터를 정해 특정 상황에 참여한다. 실제 만남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혼동할 가능성도 있다. 김양은 인육 요리를 즐겨 먹는 사이코패스를 다룬 TV 드라마 '한니발'도 즐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양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을 일인칭 시점으로 다룬 <종의 기원> 저자 정유정은 언론인터뷰에서 "아직은 악인의 심연을 꿰뚫어 보기 힘들지만, 자꾸 주의해서 보고 '왜'라는 물음표를 달면 언젠가 그 정체를 알게 되고 대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재범 방지를 위해 이들에 대한 엄벌은 필요하다. 그러나 사법부의 합당한 판단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범죄를 저지른 배경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 미성년이고, 의사인 아버지를 둔 박양과 호화 변호인단을 꾸릴만한 재력가 부모를 가진 박양이 잔혹한 범죄에 이르게 된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또 다른 청소년이 범죄 반경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홍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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