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재정과 통화, 거시경제정책의 두 축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수장이 처음으로 회동했다. 현재 경기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고, 정책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상견례를 겸한 오찬회동을 진행한 후 "경제 전반에 대해 말씀을 많이 나눴고 경기 현안에 대한 인식은 차이가 없고,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렇게 말씀드려도 되겠느냐"고 묻자, 김 부총리는 "그렇습니다"라며 호응했다.
회동 전날 '경기회복세의 뚜렷한 개선'을 전제로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 방향성의 변화를 시사했던 이 총재는 "당장 긴축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옐런 의장도 금리를 몇 번 올리면서 경기를 계속 서포트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어제도) 완화 기조를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 긴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돈을 거둬들이겠다'고 해석될 수 있는 신호를 줘 양 기관 간 정책방향이 어긋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적극 해명한 것이다.
김 부총리 역시 "격의 없이 국내 경제상황과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미 금리 인상 등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며 "기본적으로 지금 경제상황에 대해 아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협조해서 경제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동에서는 시점과 형식 모두에서 정부가 한은을 존중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김 부총리는 오찬 시작 전 이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아직 취임식도 하지 못 했지만 어제 국회를 첫 일정으로 다녀왔다. 두번째로 한국은행에 왔는데 총재님을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한은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기재부 장관이 한은을 찾은 것은 지난 2014년 현오석 전 부총리 이후 3년여 만으로 최경환 전 부총리, 유일호 전 부총리는 은행연합회관, 프레스센터 등 별도의 장소를 이용했다.
오찬 역시 배석자 없이 양 기관 수장만 단독으로 참여하는 독대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2013년 6월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가 '겸허', '존경심' 등의 단어를 써가며 한은에 대한 존중을 표한 만큼 정부와 한은 사이의 긴장감은 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 정부에서는 '척하면 척'(최경환 전 부총리)이라는 발언으로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문재인 캠프에서 국민성장 자문위원장, 외곽 자문그룹인 '10년의 힘' 상임고문을 맡아 문 대통령을 지원했던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축하모임에서 "새 정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해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현 정부의 중앙은행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예방, 이주열 한은 총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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