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경제라인 인선이 지연되고 있어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거취가 사실상 시한부 상태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지난 정권에 선임된 이들 수장이 새로운 정책 추진을 망설이거나 결정을 미루고 있어 금융 현안이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6개 부처를 제외한 12개 부처에 아직 장관 후보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제·금융 정책의 콘트롤타워인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금융당국 총괄 수장(금융위원장) 인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 인선 지연은 후보 검증 과정에서 위장전입 등의 논란이 불거지면서 도덕적 잣대 등 검증 절차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거취는 빨라야 늦은 가을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금융공기업 사장들은 일괄 사표를 내지 않았지만 차기 금융위원장이 결정되면 거취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며 "이 속도대로라면 늦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장기화되면서 시급히 추진돼야 할 금융 현안이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새 정부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평가마저 다소 부정적인 상황에서 금융위원장마저 공석인 상황이라 추진력을 받기 힘들다.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금융안정 등을 이유로 규제 완화 유지를 주장해온 금융위원회로서는 기존의 논리를 뒤엎는 새로운 정책을 펼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는 7월 말에 시효가 끝나는 DTI의 일몰 연장 여부는 7월 초까지만 결정하면 되니까 아직 시간이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이라며 "새로운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고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공기업에서도 금융당국 수장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주요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정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적극 추진도, 폐지도 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 노조들은 정부에 새로운 CEO 선임을 요구하면서 현재의 경영진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현재 CEO가 작년에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는데 바로 번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번복하는 것도 누가 먼저 할지 눈치보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에서 조기 매각 목소리가 높아지는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도 시급하다. 장기간 주가 관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주가가 예상보다 더 많이 오르면 매수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민간)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현재 금융위원장도 공자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금융위원장 인선이 결정돼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공석으로 있는 금융공기업 수장 인선도 새 정부의 경제라인이 완벽하게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상반기 경제위기설이 잠깐 자취를 감췄지만 금융안정 등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간내에 위원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금융권 공기업 가운데 수장이 공석인 곳은 수협은행과 SGI서울보증 등 2곳이다. 수협은행은 이원태 전 행장이 지난 4월 퇴임한 이후 두 달 가까이 새 행장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3개월째 사장석이 비어 있다.
수장의 임기가 1년 미만으로 남은 곳으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있다. 김재천 사장의 임기가 올 10월까지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 공공기관 수장들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다. 2019년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2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9월),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10월), 문창용 자산관리공사 사장(11월) 등의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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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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