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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지방공기업 '서울교통공사' 출범…1~8호선 통합운영
국내 첫 노사정 합의로 통합·자본금 21조5천억원·인력 1만5674명
2017-05-31 17:17:52 2017-05-31 17:42:19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지방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31일 정식 출범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통합된 형태로 자본금 21조5000억원, 인력 1만5674명 규모의 거대 지방공기업이다. 
 
서울지하철은 앞선 지난 1994년부터 양대 공사 체제로 분리돼 운영돼왔다. 하지만 조직과 인력의 중복 운영 등 비효율성이 증대되고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만큼 양공사의 통합은 서울시의 오래된 숙업사업 중 하나였다. 이에 지난 2014년 12월 시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을 위한 '지하철 통합혁신 구상안'을 발표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부실, 방만 등 부정적인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지하철 운영기관이 시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과감한 쇄신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통합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에는 노조가 구조조정을 우려해 통합을 반대했다. 하지만 시가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또다시 양공사 노조 반대에 부딪혀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5월 발생한 구의역 참사를 계기로 시와 양공사 노사는 시민사회와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회의 통합 재개 요청을 받아들이며 통합을 재추진했다. 
 
시는 이번 통합과정이 노·사·정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실제 노조 찬반 투표결과 3개 노조의 찬성비율은 평균 74.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시 관계자는 "시와 양공사 노사는 지하철 안전사고와 운행장애가 지속되고, 막대한 재정 적자로 위기에 놓여 있는 한계 상황에 대해 통합의 필요성이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8개월간 노사정 대표자 7명은 총 36회에 걸친 회의를 통해 안전조직 설계와 안전인력 증원, 근무형태, 직영화, 임금 등의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분야 현장조직의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에 따르면 양공사 통합으로 인한 일평균 수송객은 680만명으로 뉴욕(565만명), 파리(418만명)보다 많아
질 전망이다. 총연장은 300km로 파리(214km), 홍콩(220km)보다 길어져 규모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다. 
 
아울러 양공사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메트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운영 경험을,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연장 162km로 최대 규모의 운영 노하우를 각각 지니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서울메트로가 보유한 '전력장치'·'철도레일 특허'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전동차 개발' 등이 공유된다. 
 
양공사는 이번 통합을 계기로 안전분야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안전조직은 본사 조직의 임원급 본부 중 선임본부로 '안전관리본부'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1~8호선까지 안전관리를 일원화한다. 또 지하철 안전운행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운영본부를 '차량본부'와 '승무본부'로 분리한다. 
 
현장 조직은 기술 직종이 함께 근무하는 기술센터 26개소를 설치해 기술직종의 협업을 강화한다. 각 호선에는 별도의 '안전관리관'을 배치해 유사시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안전인력도 증원한다. 통합에 따른 본사 중복인력 393명을 현업분야로 재배치한다. 특히 제2의 구의역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승강장안전문 보수인력을 추가 채용한다. 1~4호선은 지난해 9월 직영화 이후 기존 인력과 신규채용으로 현재 206명이 근무 중이다. 5~8호선은 175명을 추가 채용해 총 250명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일부 승강장안전문 현장 직원들이 호소하는 업무과중도에 대해서는 향후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쳐 증원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는 역사 내 소방설비와 전기, 환기·냉방업무 등 안전분야 64명도 위탁계약 종료 시 직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밖에 매년 200명 이상씩 신규 채용해 청년일자리 창출과 조직 안정성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아온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시는 이번 통합으로 10년간 총 2263억원, 연간 226억원의 재무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통합에 따른 전수 조사로 자산 234억원을 발굴해 재무 지표도 개선됐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은 기존 201%에서 54%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채 발행요건(부채율 100% 이하)도 충족돼 안전투자를 위한 공사채 발행도 가능해졌다. 
 
시는 개선된 재정을 안전분야에 재투자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안전투자 재원으로 10년간 총 2949억원, 연간 295억원을 노후시설 교체 등 안전과 직결된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지하철 요금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은 “지금 단계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새 정부와 협의를 통해 재정적자에 가장 큰 요인인 무임승차와 관련된 법 개정, 안전투자재원 확보 등 논의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양준욱 시의회 의장, 유관기관 관계자, 시민 등 총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출범식이 진행됐다.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이 31일 서울 성동구 천호대로 서울교통공사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 출범식에서 김태호(왼쪽)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김철관 위원장, 최병윤 위원장, 명순필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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