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131억대 회사 돈 횡령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이 상고심에서 사실상 무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함께 기소된 서유열 전 KT 사장에 대한 원심 판단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특정경제범죄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횡령죄를 적용할 경우 유무죄 판단이 바뀔 수 있어 검찰의 공소장변경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이 전 회장 등이 조성한 비자금이 개인착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 사용에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 전임자의 비자금 조성액과 그 사용내역,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액과 사용내역 등을 고려하면, 이 전 회장 등이 비자금 중 상당 부분을 회사를 위해 지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이 전 회장 등의 비자금 사용이 임의적이었다는 것은 검사가 증명해야 할 것이고, 이 전 회장 등이 비자금 사용 내역에 대한 객관적 근거 자료를 제시 못했다고 해서 조성된 비자금 전부가 회사 경영과 무관한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조성된 전체 비자금 중 개인용도로 사용한 부분을 구분해 특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 전 회장 등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비자금을 횡령함으로써 취득한 재물 금액 규모가 공소사실에 기재된 11억6850만원 전액이라거나 또는 적어도 특정경제범죄법상 정한 이득액 하한인 5억원 이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 전 회장 등의 횡령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비자금 중 남아있는 일부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11억2350만원이라고 보고 특정경제범죄법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 특정경제범죄법의 이득액과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 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전 회장은 재직 당시인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자신의 8촌인 유종하 전 외무부장관이 대표로 있던 교육업체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과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 두 곳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89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서 전 사장과 공모해 2009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4년8개월 동안 KT 내부 규정 및 이사회 결의 없이 임의로 회사 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27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아 경조사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주식가치를 부당하게 높게 평가해 인수했다고 볼 수 없다. 합리적 의사결정 절차를 걸쳐 적법하다"며"비자금 주된 목적이 개인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전 회장 등에 대해횡령·배임 혐의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이 전 회장 등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11억2350만원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닌 개인적 체면 유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지출했다고 판시, 일부 유죄로 보고 이 전 회장과 서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해 4월25일 오후 항소심 5차 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