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노사관계가 국가 미래 좌우한다"
"일터 혁신, 중장년 일자리, 외국인 근로자 지원 사업 등 컨설팅"
2017-04-17 06:00:00 2017-04-17 16:01:34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노사발전재단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용광로다." 
지난 3일 취임한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신임 사무총장은 노사발전재단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재단은 노사가 상생할 수 있도록 갈등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노사 모두의 의견을 듣고 융합해야 하는 만큼  '용광로'라는 비유를 쓴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노동전문가다.
충북 제천 출신인 이 사무총장은 대전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을 시작으로 30년간 노동계에 몸담았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실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공직생활을 했던 6년의 기간을 제외하곤 노동계에서 활동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1996년 노동법 개악 등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 현장에서 풍파를 헤쳐왔다. 노동계 출신이 재단 사무총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출신인사가 재단을 이끌어 왔던 것 만큼 신임 사무총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재단에서 이 사무총장을 만나  그의 노사발전에 대한 견해와 발전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소감이 어떤가.
 
30년 가까이 노동운동을 했으니 편향적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한국노총에 있을 때부터 지향했던 기조는 상생이었다. 노사가 같이 살아야 노동운동도 발전한다. 이메일 아이디도 윈윈메이커(winwinmaker)다. 노동계와 공직에 있을 때 추구했던 가치가 재단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재단 사무총장 자리는 정부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노동계 최초로 왔으니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인 시기다. 재단의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할 시기에 온 만큼 어깨가 무겁다.
 
재단의 활동에 대해 설명해달라.
 
재단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노사 상생을 위한 정책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재단 이사회는 노사정 동수로 구성된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인상 재단 이사장이 재단의 공동 이사장이다. 이사회가 노사정 동수로 구성되는 건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상생하라는 취지다.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노사가 협력을 강화할 수 있게 교육·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재단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지난해 재단은 여성노동자를 차별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금복주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남녀 차별 규정을 개정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문화 개선 컨설팅을 했다. 이외에도 재단의 전문가들이 임금체계와 노동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준다. 일터 혁신, 중장년 일자리, 외국인 근로자 지원 사업도 있다. 사람의 생애는 노동과 뗄래야 뗄 수 없다. 그만큼 노동이 중요하다. 사업장의 분위기, 일하는 방식이 변해야 기업도 경쟁력이 생긴다. 재단은 신뢰받는 고용노동전문기관으로서 노사(NOSA) 미션을 추구한다. N(New)은 혁신, O(Open)는 소통, S(Specialized)는 전문성, A(Active)는 실천이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신임 사무총장이 국내 노사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건 기자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진단해 본다면.
 
노사관계를 두고 부부관계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가 있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고 회사는 경영환경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생각이 같을 수가 없다. 갈등없는 협력은 있을 수 없다. 노사가 같이 살기 위해 대립되는 지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건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기업별노조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많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처럼 초기업단위 노조나 산별 노조가 자리를 잡았다면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산별 노조가 교섭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고, 기업 노조는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그렇지 않다 보니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가 끊임없이 생긴다. 현재 국내 환경은 노사 모두 대립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남녀 임금격차, 일과 가정의 양립, 장시간 노동 등 어느 하나 해법을 내기 쉬운 문제가 없다. 
 
노사 모두 불신이 크다. 
 
노사관계 발전 유형을 단계별로 나눠보면 3단계가 있다. 첫째,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 둘째, 노조를 인정 안 할 수 없으니까 마지 못해 인정하는 단계. 셋째, 노사 모두 대등한 동반자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민주적 노사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첫번째 단계부터 세번째 단계까지 섞여 있다. 글로벌 기업도 노조가 있으면 의사결정에 침해받을까봐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는 노조를 마지 못해 인정은 하지만 통제하고 싶어한다. 계속 싸우고 대립하다가 나중에야 싸워봤자 도움이 안 되는 걸 안다.  경험을 해봐야 아는 셈이다.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다 고용 문제나 임금 문제가 생기면 서로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대안을 제시하고 협력적으로 풀어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재단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면.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뒤 박병원 경총 회장을 만났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서는 싸우더라도 노사발전재단에 와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할 일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맞는 말이다. 재단의 설립 취지가 그렇다. 노동위원회나 노사정위에서는 싸우다가도 재단에 오면 편한 분위기에서 웃고 떠들 수 있어야 한다. 노사가 서로 체면 때문에 손을 내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자인 재단이 끼면 좋지 않겠나.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계 노사관계가 발전한다. 노사관계에 정부가 나서면 싫어하니 민간자율기구인 재단이 나서는 게 좋다.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전 정부들이 노사관계를 두고 많은 실험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노조라고 하면 탄압했다. 1987년 이후 노조를 인정하는 것 같다가 IMF 이후 또 다시 예전으로 회기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양극화, 청년실업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 노사관계는 국가의 미래다. 산적한 과제에 재단이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늘어야 한다. 지방분권화의 필요성은 증대되고 있다. 지역에서 노사민정 거버넌스를 활성화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재단 사업을 하려면 지역에 지사를 설립해야 한다. 노사가 얼굴을 맞대고 일터 혁신을 위한 인프라를 형성하는 일인데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하지 않겠나. 
 
임기 동안의 목표를 말해달라.
 
활기찬 일터와 행복한 노사를 만드는 게 재단의 목표다. 노사 모두에게 신뢰받는 고용노동전문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신뢰는 전문성과 공공성에서 온다. 재단이 우리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노사 모두 즉 공공을 위해 일을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재단은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아직 재단이 '용광로'가 안됐다. 노조 출신, 경영계 출신, 정부 출신이 와서 불안한 동거를 했다. 설립 10년 동안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노사 상생을 위해 재단이 용광로가 되기 위해선 284명의 임직원이 함께 뛰어야 한다. 저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 임직원들을 열심히 돕겠다. 사무총장이 새로 왔다고 재단이 확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조만간 노동계, 경영계 전문가를 모여 재단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크포스를 꾸릴 예정이다. 국제사업도 지금보다 활성화하고 싶다. 재단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투자기업을 위해 국내 노동정책과 노사관계에 대한 정보를 현지어로 제공하고 있다. 해외 진출한 기업에 현지 고용노동 정보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성공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알리고 싶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건 기자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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