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1.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숙소에서 룸메이트로 함께 살았다. 하루는 숙소 근처에서 열린 디자인 컨퍼런스 후 몇몇 참가자들이 숙소를 구하지 못하자 자신들의 방을 빌려주고 사례금을 받았다. 이 때의 경험이 즐거웠던 두 사람은 숙박할 곳이 필요한 사람과 남는 방이 있는 사람을 연결시키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한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2. 구글은 직원들을 위한 ‘20퍼센트 타임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근무시간 중 20퍼센트를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게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의 엔지니어 폴 부케이트는 입사 후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평소 검색 서비스에서 선정적인 내용의 필터를 만들며 흥미를 느끼던 그는 이를 광고와 연결시켜 개방형 광고게재 프로그램 ‘애드센스’를 개발해 냈다.
에이미 휘태커 미 뉴욕시각예술대 교수는 신간 ‘아트씽킹’에서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보여주는 다양한 기업들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사고는 직원들을 자유롭게 탐구하도록 장려하는 기업들의 놀이 문화나 예술적 활동으로부터 나온다.
과거 전통적인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서는 효율성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졌다. 노동 분업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치켜세워졌고 누가 빠르게 많이 생산해 내느냐를 기준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선 전보다 더 낫거나 참신한 발명품들이 나오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는 오늘날엔 기업들이 우선시하는 가치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기존의 성공 패턴에만 얽매이면 성장은 한계에 부딪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빠르게 도태되고 만다. 투입된 자본과 노동 이상의 것, 즉 효율성에 ‘혁신‘적인 가치가 보태질 때 기업은 장기적인 성공 방정식을 그려낼 수 있다. 휘태커 교수가 소개하는 ‘아트씽킹’의 핵심이다.
저자는 아트씽킹의 세부적인 실천 방법 중 하나로 ‘넓게 보기’를 제안한다. 대상을 삶 전체의 조화 속에서 보게 되면 예상치 못한 기회나 참신한 발견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 있는 하나의 대상에만 사고를 집중하는 주류 경제학의 방식과는 구별된다.
휘태커 교수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로 ‘풍선 카테터’를 발명한 토머스 포가티의 경우를 든다. 1959년 의대생이었던 포가티는 막힌 혈관을 넓혀주는 의료기구 풍선 카테터를 만들고 있었다. 설계는 마쳤지만 당시 라텍스와 비닐을 붙이는 접착제가 없던 탓에 큰 난관에 직면해 있었다. 고민하던 끝에 그는 학교를 빼먹으며 배웠던 낚시를 떠올렸다. 낚시 바늘에 미끼를 묶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풍선 카테터는 현재까지 2000만명 이상을 구하는 세계적 의료기구가 됐다.
저자는 “수익성을 위해 발명품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포가티는 풍선 카테터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체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내다보고 수많은 경험들을 교차시킨 상상력으로 이뤄낸 결과였다”고 말한다.
아트씽킹을 실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질문 하기’다. 해답 찾기에만 골몰하는 주류 경제학과 달리 예술학에서는 ‘이렇게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이렇게 한다면 멋지지 않을까?’ 등의 끊임 없는 질문들이 장려된다. 예측 불가능하고 돌발적인 질문이 쏟아지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적인 발상들을 마주할 수 있다. 휘태커 교수는 “영화계에서 크게 성공한 ‘해리포터’도 ‘과연 선이 악을 능가할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비즈니스에서도 해답만을 좇기보다 여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면 A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B지점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아트씽킹의 실천법들을 수행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 확보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변화나 재발명의 기회를 마주하기 위해선 취미와 흥미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이 따로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휘태커 교수는 노스다코타 목장에서 3년을 휴양했던 경험을 훗날 독창적인 환경보존 운동에 활용했던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한 직원의 놀이 시간을 보장해주면서 마스킹 테이프를 최초로 만들어 낸 사무용품업체 3M 등의 사례를 근거로 든다.
그는 “수많은 스타트업을 탄생시킨 미국의 스탠퍼드대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중점으로 하던 ‘스템(STEM)’ 교육에서 최근 예술(Art)을 더한 ‘스팀(STEAM)’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러 정보를 합치고 유연하게 접근하는 능력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트씽킹'. 사진제공=예문아카이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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