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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AI 시대의 해법, 기계와의 상생과 공존
‘제리 카플란 인공지능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신동숙 옮김|한스미디어 펴냄
AI로 법·사회적 형평성 등 대대적 변화 예고…지금부터 안전조치 강구돼야
2017-03-16 08:00:00 2017-03-16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미래의 어느날, 샌프란시스코 공항. 수하물 처리 인공지능(AI) 로봇이 항공기 화물칸에 승객들의 짐을 부친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로봇들은 공항 내 전기 소켓을 ‘알아서’ 찾아가 플러그를 꽂고 충전하며 일을 한다. 하지만 갑작스레 공항이 폐쇄되고 공항 내 전력이 차단된다. 수명이 끊길 위기에 놓이자 로봇들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샌 부르노까지 대담하게 나아간다. 플러그를 찾으려는 이 로봇들의 무모한 행동에 주민들의 집 정원과 차고, 현관은 엉망진창이 되고 전기 요금 폭탄이 떨어진다. 결국 로봇 처리원이 나서 동네의 모든 로봇을 수거해 간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리 카플란이 본격적인 AI 시대를 앞두고 그려낸 가상의 미래 모습이다. 스탠포드대의 수업에서 항상 이 사례를 언급하는 그는 AI가 인류에게 미칠 영향과 공존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AI 이후 노동 시장의 변화를 예측했던 그가 이번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날 변화를 조망하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펴냈다.
 
책에서 카플란은 AI로 막대한 변화가 초래될 영역 중 하나로 ‘법’을 지목한다.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변화는 변호사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선에서 이뤄진다. 가령 ‘예측 부호화’란 기술로 원고와 피고의 산더미 같은 소송 문서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분석해내는 식이다.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수준에서는 AI가 법이나 규정, 관련 절차를 연구하고 인간의 실생활에 적용하게 된다. 자율주행차 뒤에 붙은 AI 프로그램이 교통 규칙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차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자연인이 법적 주체로 나서지 않아도 프로그램간 스스로 협정이나 계약을 체결하는 식의 변화가 이뤄진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법이나 규정보다는 도덕이 우선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단순하지만은 않다. 카플란은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싣고 가는 자율주행차가 빨간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멈춰서는 상황을 상상해보라”며 “법을 준수하도록 AI를 프로그램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잠재적으로 지키는 도덕에 관한 기계의 행동지침 이론 역시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법 영역에서의 변화를 짚은 후 카플란은 고용 시장에 대한 논의로 넘어간다. 이미 전작에서 다뤘던 다양한 직업 변화 양상을 여기서 한 번 더 세세히 살펴준다. 옥스퍼드대 연구원들이 702개 직업군을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그는 직업의 존속 여부를 살핀다. 미래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은 은행 창구 직원이나 카지노 게임 딜러, 보험 설계사, 경리 회계 담당 직원, 우편집배원 등이다. 이러한 직업들은 대체로 업무의 반복성이 높고 육체의 활용도가 높다. 스스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AI에 대체되기 쉬운 특성들이다.
 
반면 레크리에이션 치료 전문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애니메이션 제작자 등은 사라지기 힘든 직업들이다. 대체로 다른 사람과의 직관적인 상호작용, 공감들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업들은 ‘자동화의 압력’을 어느 정도 이겨낼 수 있다. 다만 저자는 로봇들이 밀려들어 노동자들을 문 밖으로 내치는 이미지를 상상할 것까지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증기기관과 전력 등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AI를 수리하거나 감시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카플란은 단기적 일자리 감소는 크게 걱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심화될 사회적 불평등에 있다. 자본가들은 육체 노동이나 반복적 업무를 AI에 맡길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새로운 직업이 늘더라도 자본 부족으로 AI 기술 교육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자본주의 피라미드의 최상단에 있는 이들이 모든 것을 거머쥐는 ‘AI 시대의 파라오’로 군림하게 된다. 그는 이에 대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AI로 새롭게 창출될 부를 분배하는 방식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위계층이 모든 부를 통제하는 환경이 오기 전에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게임의 룰’을 바꿔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 중 하나로 각국 정부가 소득계층에 따른 장려책이나 억제책 등을 마련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카플란이 보기에 이처럼 AI의 출현은 법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인류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임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그는 낙관론자다. 정부와 연구자들이 지금부터 실제적 안전조치를 강구한다면 로봇과 인간이 공생하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카플란은 “로봇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자율이발사는 미용업 관련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식으로 규정을 마련하고 연구자들은 각 영역에 맞는 ‘AI용 안전모드’를 개발해야 한다”며 “미래가 ‘스타트렉’ 같이 전례 없는 번영과 자유의 시대가 될 것인지, ‘터미네이터’처럼 인간과 기계의 끊임없는 투쟁의 시대가 될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제리 카플란 인공지능의 미래. 사진/한스미디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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