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박진아 기자] 삼성이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특검이 13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 사실상 영장 재청구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특검 성패를 가를 막판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지난달 19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와신상담 준비해온 특검 앞에 삼성은 좌불안석이다. 표면적으로는 "바뀐 게 없다"며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칼날을 거두지 않은 특검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삼성은 최근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완강한 논조로 부인하는 동시에,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비롯한 각종 쇄신은 약속대로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청문회에서 한 대국민약속을 이행함으로써 여론의 반전을 노리고, 혹시 모를 특검의 변화 또한 기대하겠다는 의도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 등 이 부회장이 신병처리 돼도 미래전략실 해체 건은 특검 후 해체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번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미전실 해체)계획이 바뀔 만한 얘기가 내부에서 나오거나 분위기가 감지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와 미래전략실 해체,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관련 사회 환원 등을 약속했다. 우선 이달 6일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10일까지 15개 전경련 회원사가 순차적으로 탈퇴원을 제출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역시 "약속한대로 해체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시기도 "특검 수사 종료 후"로 못 박았다.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오는 28일로 종료된다. 이 부회장 구속시 초래될 경영공백을 우려, 미래전략실이 당분간 존속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에도 삼성 측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1조원 규모의 이건희 회장 사회 환원 약속도, 삼성 부인과는 달리 내부에서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2일 1차 소환조사 이후 32일 만에 2차 소환에 응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27분쯤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대치동 한 빌딩에 다소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이재용 구속’ 등의 피켓을 든 시민단체 회원들의 고성이 퍼졌고, 한 시민은 이 부회장에게 계란을 투척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1차 소환 때와 다르게 이날은 태극기를 흔드는 보수단체 회원도 보였다. 삼성에 대한 뇌물죄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결부돼 진영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현장에 나온 삼성 관계자들은 멀찍이서 이 부회장이 출석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엘리베이터에 오르기 전 취재진 앞에서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성심껏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삼성 순환출자 문제 관련 청탁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로비 등 최근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 1차 조사 때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국민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사과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엔 적극적인 소명을 통해 혐의를 벗겠다는 강경한 의지라고 삼성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이후 크게 달라진 혐의사실이 없을 뿐더러, 새로 부각된 의혹에 대해서도 이미 해명을 내놨기 때문에 자신감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대기한 삼성 임직원들은 그럼에도 긴장한 표정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한 임원은 “특검이 영장 기각 후 3주간 보강수사를 벌여 영장 재청구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게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며 “혐의를 벗기 위해 사실대로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삼성 서초사옥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직원은 “겉으론 차분하지만 다들 침통해 한다”며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서로가 말을 아끼고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오전에 이어 다시 특검 앞으로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막판 승부처에 임하는 삼성의 방어태세는 결사적이다. 이 부회장의 재소환을 앞두고 새로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이전과는 다르게 적극적인 방어전을 펼쳐왔다. 총 3차례의 입장자료를 통해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으며 (30억원의 명마)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히는가 하면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한 바는 있으나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했다"고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국정농단 특검인지, 삼성 특검인지 모르겠다", "가해자(박 대통령)를 조사하지 않고 피해자(이 부회장)만 압박한다"는 볼멘소리들도 터져나왔다.
한편, 특검은 이날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각각 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아 이 부회장의 최순실씨 모녀 승마지원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특검은 현재 두 사람과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5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이재영·박진아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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