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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슈퍼파워 트럼프의 미국
2016-11-09 16:56:22 2016-11-09 16:56:22
대혼란이다. 대충격이다.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 자리는 예상을 깨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로 돌아갔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트럼프의 당선은 현실이 되었다. 미국의 많은 주류 언론들은 일찌감치 힐러리로 예측했었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고 이메일 스캔들과 건강이상설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있었지만 트럼프의 기행에 가까운 행보 때문에 당선을 의심치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한 이후부터 국무장관시절의 ‘이메일 스캔들’로 곤혹을 치러왔다. 심지어 세 차례의 TV토론이후 격차를 넓혀가던 클린턴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도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였다. 그러나 투표일 이틀 전 FBI의 코미 국장이 협의 없음과 수사 종결을 선언하면서 한시름 더는 듯 했던 클린턴 후보는 끝끝내 경합 주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주요 언론사를 비롯해 미국의 대다수 매체들과 선거 전문가 그리고 학자들은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 당선을 높게 예상했다. 선거전 초반부터 쏟아져 나온 여론조사 결과 특히 경합주의 판세 분석은 분명 힐러리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여론조사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미국의 많은 분석 전문가들과 학자들은 다른 지표를 동원해 예측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은 각종 지표가 설명해 주기보다 트럼프 지지층들이 얼마나 결집할 수 있었느냐에 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가 전달해주는 정보에 그리고 저명한 학자들이 설명하는 모델에 정신을 뺏긴 순간 트럼프 지지층은 소리 소문 없이 결집했던 것이다.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만들어진 절대 지지층은 저소득, 저학력, 도시외곽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백인 남성들이다. 그들의 삶이 풍요로웠던 시기는 1970~80년대로 되돌아간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식량과 자원이 풍부하고 가족이 중심 되는 그런 국가였다. 밥 딜런의 노래처럼 여유와 낭만이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장이후 백인의 가치는 퇴색되고 금융자본인 월가와 문화 권력인 할리우드가 득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 사회의 다양성에는 축복이었지만 농촌 지역의 백인들에게는 소외되는 계기였다. 미디어는 놓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을 다시 이전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트럼프의 외마디는 백인 남성들에게 메시아가 되었다. 집단 특성상 전화조사 거절 비율이 높은 백인 남성들의 표심을 충분히 조사 결과에 반영하지 못한 여론조사의 한계도 지적하게 된다. 영국의 EU탈퇴인 브렉시트 당시에도 조사 기법상의 노력은 많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의견을 대표성 있게 솔직하게 담아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예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여론조사에 포함되는 유권자와 포함되지 못하는 유권자를 망라하는 분석이 있어야 한다. 물론 단순한 투표 성향을 묻는 것 뿐 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 투표는 누구에게 할지도 밝혀내는 수준이라야 한다.
 
트럼프 당선의 배경에는 백인 남성 사회의 집단 투표가 있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을 암시함으로써 지지층이 더 결집할 수 있는 ‘군불 때기’가 가능했다. 백인 남성의 높은 투표율과 경합 주에서 예상 밖 선전이 증명하는 바이다. 선거 막판 불거진 이메일 스캔들은 트럼프 지지층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는 자만에서 비롯된다. 선거 막판까지 발목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당선 이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악성 스캔들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한편 자신에게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에 둘러싸인 체 유권자들의 바닥민심을 빅데이터 같은 도구로 분석해 내지 못했다. 높은 지지율의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지원이 큰 도움은 되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오바마와 힐러리를 다르게 생각한다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 특히 우세했었던 미시건과 위스콘신 주를 놓친 건 산업기반을 모두 잃은 중서부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간과한 탓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강한 힘을 가진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이 되었다. 민주당의 참패다. 의회권력까지 거머쥐게 된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으로 한반도 안보와 외교 그리고 경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북한 제재 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 방위비 추가 분담 요구 및 한미 FTA 재협상 등은 우리나라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최순실 게이트’로 국가 리더십이 상실된 마당에 예측 불가능한 미래는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다. 슈퍼파워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서막은 그래서 축하의 마음 이전에 두려움이 앞선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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