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회에 총리 요청…야, 권한이행 의구심
'2선 후퇴' 직접적 언급은 안해…총리, 내각 임면권 없으면 실질 권한 행사 불가
2016-11-08 17:01:42 2016-11-08 17:01:42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를 찾아 의장과 면담하고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총리에게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할 권한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신임 총리가 가지게 될 권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헌법상 대통령이 행정부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는다는 점과 박 대통령이 2선 퇴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총리’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정세균 의장을 만나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큰 책무라고 생각해 이렇게 의장을 만나러 왔다”며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임명해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내부적으로 조선과 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데 어려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국회가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일단 새누리당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일관되게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야당의 요구를 존중해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국회가 합의해 추천한 신임 국무총리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줄지 여부다. 헌법 제86조에는 국무총리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만 돼 있다. 내각 구성과 관련해서도 국무위원의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가질 뿐이다.
 
즉 각부를 통할하려해도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야 되고 국무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총리가 임명을 제청하고, 해임을 건의해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상황은 끝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권한을 줄지는 대통령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정 의장을 만나 헌법에 나와 있는 권한인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만 밝혔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완전히 총리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아울러 자신의 2선 후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과 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했는데 이것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실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으로 남아있겠다는 것인지 책임있는 말씀이 없었다”며 “그 진의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추가적인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물음표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논란이 일자 “내각 구성 권한을 왜 안 넘기겠냐”며 “앞으로 총리의 실질적 권한은 국회와 협의 절차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및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두 후보자 모두 인사 청문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며 “국회와 상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아울러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총리를 뽑아야 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 제86조에 따르면 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일각에서는 절차상 국회가 실질적으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대통령은 형식적인 지명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정 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 방문 이후 회동을 갖고 총리 추천을 위한 실질적인 의견 교환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이날은 박 대통령의 총리 추천 요청 이후 첫 모임이라는 점에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하고 정 의장이 박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모임을 마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은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당 지도부 및 의총으로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며 “우상호 원내대표는 실질적인 내각 총할권에 국무위원 임면권이 포함되는지 명확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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