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신들이 한국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한류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의 큰 이슈는 외신에서도 톱이슈로 다뤄지곤 한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자랑스러운 이슈가 외신에 오르며 뿌듯할 때도 있지만 때론 다루지 않았으면 하는 부끄러운 치부도 외신의 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외신은 자국민을 주요 독자로 삼고 있는 만큼 같은 이슈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가 많으며 때론 더욱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같은 이슈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길 희망하며 다양한 국내 이슈들을 외신을 통해 들여다본다.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 중에 깜짝 발표를 했다. 바로 임기내 개헌 완수라는 깜짝 카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발언만으로도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외신들 역시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뜨거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블룸버그 "박 대통령의 첫 개헌 언급이라 더욱 주목"
개헌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블룸버그 기사. 사진/블룸버그 캡쳐
박 대통령의 깜짝 개헌 발언 이후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이를 보도했다. 한가지 공통점은 외신들은 헌법재판소 설치 등 다른 개헌 내용보다는 현재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바꾸는 것에 대해 집중적인 보도를 한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박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를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라는 기사에서 "임기를 1년 남겨둔 박 대통령이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당장 어떻게 시스템이 바뀔 것인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나, 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 처음으로 나온 개헌 발언인 만큼 매우 주목이 된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박대통령의 연설 내용 중에서 대통령 단임제가 정책의 지속성을 어렵게 한다고 강조한 점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연구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통해 "생각보다 더욱 어렵고 복잡한 이슈"라고 설명했고 한국의 헌법이 지난 1987년을 마지막으로 개정되지 않은 상태며, 계속해서 헌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박대통령이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약 30년간 지속되 온 단임제가 바뀔때가 되었다고 박 대통령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한 박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박대통령이 연설에서 인용했던 설문조사 수치인 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70%의 한국 국민들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40%의 국민들은 4년 중임제가 5년 단임제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뿐 아니라 신화통신, 닛케이아시안리뷰, 재팬타임스 등 아시아쪽 외신들 역시 이 뉴스를 관심있게 보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박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레임덕과 싸우고자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25%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보도하며 "박 대통령 지지자들인 보수층과 중도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후계자에게 더욱 단단한 베이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라고 평가했다.
개헌 추진 발언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시스
재팬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 개헌 필요성 대부분 동의
박대통령의 발언이 초기 단계에 그친 만큼 깊이 있는 분석 기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외신들은 대통령제 변화가 필요한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는 모습이다.
재팬타임스는 발전된 경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 중 한국이 대통령의 연임을 금지하고 있는 몇 되지 않는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이유에 대해 군사정권에 대해 설명하며 한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른 발전 국가들과는 다르게 단임제가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그동안 지속되온 5년제 임기의 경우에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대통령들이 레임덕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대통령이 제대로 임기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이 3년 남짓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YT는 한국 경제가 처해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개헌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WSJ은 10%대에 임박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될때마다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공약을 실행에 옮겨 경제를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NYT는 한진해운 사태를 언급하며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해운 산업이 흔들리고 있을 뿐 아니라 실업률 역시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 개헌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 역시 현 제도로는 대통령이 임기 4년째부터는 다음 선거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최순실 의혹 덮기용?…타이밍 관련 의구점 상세 보도
개헌에 필요성에 대해 다수가 동의하고 있지만 개헌 발언이 나온 타이밍에 대해 국내에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최순실 의혹 등을 덮고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깜짝 개헌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 역시 이를 관심있게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커지는 의혹'이라는 소제목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순실 의혹을 상세히 설명했다. 따라서 야당에서는 개헌 이야기가 이 시점에서 나온 것이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개헌을 진행하는데 있어 더욱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NYT도 어려운 경제와 고위층 부패 문제 등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점을 상세히 보도했다. 따라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과 관련해 발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정치권에서 비판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 역시 최근 잇따른 고위층 스캔들 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큰 가운데, 이번 발언의 타이밍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화통신 "개헌 전부 동의하더라도 갈길 멀어"
외신들은 여당과 야당이 어느정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헌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갈길이 매우 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국민투표 과반수 찬성도 얻어야한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며 해결해야할 이슈들이 산적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모두가 개헌에 동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통령제가 어떻게 바뀌어야할지에 대해 정당별로 정치적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아주 긴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재팬타임즈 역시 "한국 내에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도와 권력이 의회에 분산되는 제도 중 어떤 것이 더욱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현재 미국이 채택하고 있는 4년 중임제가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실제로 다수의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고 있는 대통령 임기제도로 4년 중임제가 꼽히고 있다. 중임제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을 수 있고 정책의 연속성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화통신은 권력이 총리와 대통령에게 나눠진 이원집정부제의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라고도 불리는 이원집정부제의 경우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등의 이슈를 책임지고 총리가 경제와 행정 등을 담당한다. 권력을 분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외에도 신화통신은 일본과 같은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정당도 있는 만큼 정치권의 의견 일치를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험란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로이터·WSJ, 개헌 기사에 반기문 UN 사무총장 언급
외신들은 이번 기사에서 개헌이 되더라도 박대통령이 다음 선거때 다시 출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바뀐 법이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오해의 여지를 덜었다. 따라서 박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에게 더욱 견고한 정치적 기반을 물려주기 위해 개헌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로이터통신은 반 총장의 지난 금요일 발언을 보도했다. 지난 금요일 반 총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월 중순 한국으로 귀국해 나라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발언으로 분석했다. WSJ 역시 현재 한국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후보로써 반 총장의 지지율이 높은 상태라고 전하며 "다만 아직 반 총장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결정할지 여부는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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