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대학 본부를 점거한 서울대 학생들이 11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고수한다면 서울대는 대학이라는 간판 내릴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2시 관악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성원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지키겠다는 성낙인 총장의 취임사가 공문구가 아니었다면, 성 총장은 즉각 실시협약을 철회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의 점거를 부른 것은 본부의 잇따른 불통과 독단 때문"이라며 "학생들과의 공식 대화채널인 대화협의회는 지난 3년간 실질적인 소통창구가 되지 못했고, 실시협약 사전협의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총회 성사 이전부터 본부 직원들이 쇠사슬과 빗장을 통해 행정관 출입구를 봉쇄했으나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칠을 했을 뿐"이라며 "학생 무시하는 성 총장에 대한 심판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본부 점거"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대학본부는 전체학생총회의 의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면서 "계속 불통을 고집한다면 대외적으로 총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며, 성 총장이 하루빨리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들은 서울대가 학생들과 소통 없이 지난 8월 경기 시흥시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한 것에 반대해 학내에서 농성을 벌여왔으며 전날인 10일 오후 9시30부터 본부를 점거했다. 학생들 100여명이 총장실을 포함한 행정관 4층을 점거한 상태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6시 시흥캠퍼스에 대한 서울대생 전체의 뜻을 묻는 전체학생총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1980명 중 1483명(74.9%)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에 찬성했고, 행동방안으로는 '본부점거 투쟁'이 1853명 중 1097명(56.2%) 찬성으로 가결됐다.
서울대생의 본관 점거는 지난 2011년 법인화를 반대하며 총장실과 행정관을 점거한 이후 5년 만이다.
그러나 서울대 측은 "사업이 오랜 기간 진행돼 왔고 지자체와 협약까지 맺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철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이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본부 점거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 8월22일 경기도 시흥시, 지역특성화 사업자 ‘한라’와 함께 ‘2016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서울대는 기획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시흥캠퍼스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올 하반기 착공해 2018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가 뚜렷한 비전 없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민석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이날 "20만평 땅을 4500억의 돈을 받는 다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어떤 교육적 비전과 어떤 국제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계획 없이 학생들을 전혀 설득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흥캠퍼스 철회를 주장하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부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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