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연체자 빚탕감 논란…도덕적해이 유발 VS 마른수건 짜기
정부 채무탕감 지원 '과도' '미비'로 평가 갈려
2016-10-04 14:43:13 2016-10-04 14:43:1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일반 채무자들의 국민행복기금 원금을 최대 90%까지 탕감해 주는 것을 두고 두 가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개인이 진 빚을 정부가 90%나 감면해 주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연체자로 남으면 국가가 알아서 채무를 깎아주는 데 누가 빚을 약정기간 안에 갚겠냐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한편에서는 사실상 빚 상환 능력이 결여된 채무자에게는 90%가 아닌 100% 원금 탕감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원이 없는 장기 연체자에게 소액이라도 돈을 갚으라는 것은 '마른 수건을 짜기'와 같다는 이유에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27일에 발표한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빚 경감 대책'이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정부는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 약정을 맺은 채무자 중 15년 이상 연체 중인 일반 채무자의 원금 감면율을 현행 30~60%에서 최대 90%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기초수급자와 고령자, 중증장애인에게만 90% 감면 혜택을 줬는데 이번에 그 대상을 일반인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빚 탕감률을 계속 높이면, 채무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일부러 돈을 갚지 않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시내 도로에 붙어 있는 대출 광고지 모습. 사진/뉴시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정부가 빚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과도하게 채무를 탕감해 줄 위험이 있다"며 "국민이 낸 세금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직후에 집값이 하락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도덕적해이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번까지 세 차례 빚 경감 대책을 내놨다. 어렵게 빚을 다 갚은 성실 채무자나 국민행복기금이 아닌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연체한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있다.
 
반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서민금융 상담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의 현실을 보면 원금의 10%도 상환하게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김미선 성남시 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원금 기준으로 취약계층의 채무를 보면 다 1000만원이 안되고 그중 대다수가 300만원선에 머물러 있다"며 "채무협상을 통해 90%인 270만원을 탕감해주면 남은 30만원을 매달 10만월씩 3개월에 걸쳐서 갚게 하는 데, 3회를 넘기는 사람이 드물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취약계층의 소액 채무를 완전히 탕감해 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조선·해운 산업에 7조원의 혈세를 투입할 때는 잠잠하다가, (금액이) 얼마 안 되는 취약계층의 채무 감면 이슈가 나올 때면 꼭 모럴해저드 문제가 제기된다"며 "장기 소액채권을 없애주면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고 소비진작 효과로 국가 경제에도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연체 기간 15년 이상 채무자 10만명에 대해 원금감면 확대 조치를 우선 실시하고 향후 지원 추이를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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