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개발경제학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개발도상국 경제성장에 있어 지식공유의 역할을 강조하고, 우리 정부가 실행 중인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의 방향에 공감했다.
디턴 교수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 성과 공유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지식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SP 사업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4년부터 시작한 경제개발협력 프로그램으로 협력대상국 스스로가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자체적 발전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책자문을 제공하는 한국식 개발원조 사업모델이다.
그는 과학혁명, 산업혁명 당시 각국 연구자들이 주고받은 서신을 연구한 조엘 모커(Joel Mokyr) 교수 등의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며 아이디어의 확산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기초라고 주장했다.
특히 디턴 교수는 개발도상국 경제성장 촉진에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공적개발원조(ODA)의 효과에 대해서도 "공적개발원조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연구한 논문들이 많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공적개발원조의 효과는 평균적으로 0에 가깝거나 마이너스로 나타났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공적개발원조 효과에 대한 회귀분석 비교를 언급하며 "작은 국가일수록 1인당 받는 공적개발원조 금액이 많은데 작은 국가는 큰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 느리다. 인도와 중국은 원조를 거의 받지 않았는데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이는 나라가 큰 데서 비롯된 것으로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는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정부가 경찰, 국방, 도로, 법, 연금, 규제 등을 제공하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거나 국방의 의무를 하는 등의 계약과 합의가 필요한데 공적개발원조는 정부가 시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 개도국의 제도개선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공적개발원조의 맹점을 지적했다.
디턴 교수는 그러면서 "많은 학생들이 공적개발원조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해했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데 부국으로서 도와줄 부분은 많다. 미국은 국립보건연구원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 질병을 연구하는데 빈곤국이 겪는 질병을 연구해 지식을 공유하고, 무역협정 과정에서도 변호사와 은행가들을 통해 컨설팅 서비스를 원조해줄 수 있다"며 "KSP가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탈출'을 집필하기 전에 KSP에 대해 알지 못 했던 점을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한다"며 "자금제공 없이 개도국 현지 사정에 맞게 적용해 지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필요한 제도형성에 기여하는 장점이 있으며, 세계은행이 대체적으로 차관이 이뤄질 때만 경험을 공유하는 연결고리를 두고 있어 (차관 없이도 기술원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KSP가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디턴 교수는 "KSP 모델이 잘 작성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위대한 탈출'의 옹호국이라고 전 세계를 여행다니며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은 KSP를 통해 지식을 잘 전파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디턴 교수는 기조연설 이어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저성장 구조 고착화, 고령화, 청년실업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성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며 역사적으로 고도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 국가는 거의 없었다. 특히 뒤쫓아 가면서 '캐치업'으로 성장한 경우 고성장을 유지해간 사회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이 이제 저성장에 적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