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올 여름 7월과 8월의 전기요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가구가 각각 38만3000가구와 82만9000가구로 나타났다. 그 어느 때보다 누진제 폭탄을 맞은 가구가 많았다는 뜻이다.
누진제 폭탄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일반적으로 여름철 전기요금이 증가한다’는 한국전력의 해명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21일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월대비 전기요금이 2배 이상 오른 가구는 7월에는 38만 3000가구, 8월에는 82만 9000가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가구의 전년대비 전기요금 증가분은 각각 151억원과 637억원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91만 6000가구가 올해 7월 대비 2배 이상 오른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구의 7월 대비 늘어난 전기요금만 1939억원에 달했다. 7월에도 19만 가구가 6월 대비 2배 이상 높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고, 늘어난 전기요금도 151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7월과 8월에는 각각 9000가구와 12만8000가구가 전월대비 전기요금이 5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사실상 사상 최악의 누진제 폭탄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높다.
오 의원은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8월 한 달 동안 약 300만 가구가 누진제 폭탄을 맞았다”면서 “공기업인 한전이 10조원이 넘는 사상최대의 수익을 얻는 동안 국민들은 폭염과 누진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지금과 같은 약탈적 누진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매년 국민의 한숨이 되풀이 될 것”이라며 “전기 과소비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기본적인 전기사용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를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이 여러 번 제시한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정부의 요금 찔끔 인하가 영혼없는 쇼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전력의 약관만 개정이 되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누진제에 대해 재검토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법안을 정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은 지난 8월11일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바꾸고, 최저요금과 최고요금의 비율을 최대 1.4배로 제한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조 의원은 “현행 전기요금은 법적인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며 “이번 개정안으로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12일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올 여름 한시적으로 추진했던 누진제 완화를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들의 전기요금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들도 전기절약을 생활화해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지난 18일 영유아가 있는 가정과 창업 기업의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전기사업법’, ‘집단에너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들 개정안에는 요금 할인 대상에 영유아를 둔 가구를 포함해 출산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고, 기존에 산업용 전력 사용 혜택을 받아온 제조업 이외에 모든 창업자에 대해 예컨대 창업 후 7년간 한시적으로나마 전력요금 할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다산로의 한 연립주택에서 한국전력 직원이 각 가정으로 전기요금 청구서를 배송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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