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누구보다 먼저 ‘모병제 도입’을 거론하면서 의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차기 대선 잠룡으로 평가받고 있는 남 지사가 ‘모병제’를 꺼내들면서 이제는 잠룡에서 벗어나 현실적 대선 주자로 국민들에게 인식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병제 이슈는 남 지사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 토론회에 참석해 모병제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이후 파급력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여권의 대선 주자가 보수의 금기라고 여겨져 왔던 ‘모병제’를 직접 거론했다는 점에서 모병제 이슈는 블랙홀처럼 남 지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연일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남 지사는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으며 모병제 도입을 더욱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남 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병제는 안보”라고 강조하고 “북한 핵·미사일은 1~2년 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긴 호흡으로 10~20년 내다본 대응이 필요하다”며 모병제 도입을 다시 역설했다.
남 지사는 이어 “머릿수만 고집하며 어영부영 하다간 인구절벽이 도래하는 10년 내에 군 전력은 크게 악화된다. 모병제에서 인원은 줄지만, 전문성은 향상되어 병력이 정예화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전투력 지수는 크게 증가한다. 병사 개개인의 동기부여도 중요하다. 강제로 끌려가는 군대에서는 군의 드높은 사기와 전투의지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이어 11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흙수저론의 시작은 병역비리다. 돈 있고 빽 있는 사람은 군대 안간다. 군에 가도 꽃보직을 받는다는 것이 대한민국 징병제 현실”이라며 “모병제는 불공정을 해소하고 ‘공정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 정의롭고 공정합니까”라고 물은 뒤 “정의와 공정을 말하며 이런 현실을 그냥 두자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모병제에서 병역비리는 없다.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지 않고 국민 통합을 해칠 일도 없다”고 역설했다.
남 지사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모병제를 또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모병제를 자신만의 의제로 확실하게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모병제 도입이 이슈화 될수록 남 지사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 대선 주자 이미지를 강하게 얻을 수 있다. 즉 정치적 공략이 아닌 정책적 대안으로 승부하려는 대선 주자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1일 모병제를 언급하며 ‘정의와 공정’을 언급한 이유는 자신의 모병제 주장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한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모병제가 정의롭지 못하다면서 왜 징병제 상황에서 일어나는 정의롭지 못한 현실은 외면하느냐는 반문이다.
유 의원은 지난 7일 춘천에 있는 한림대학교에서 ‘왜 정의인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열고 “모병제는 예산 문제 이전에 정의의 문제”라며 “부잣집 자식들은 군대 가는 아이가 거의 없을 것이고, 가난한 집 자식들만 군대를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방 GOP에 가서 목함지뢰를 밟거나 자살을 하는 불행한 일들이 있기를 바라는 부모가 누가 있겠느냐.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남 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남 지사는 유 의원에게 공개적인 토론을 제안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공개토론을 제안한 남 지사가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모병제를 비롯해 내년 대선을 향한 정책적 준비를 어느 정도 끝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이 남 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모병제 관련 토론을 벌일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 지사와 유 의원의 공개 토론으로 총선 이후 여당에게 부정적이던 분위기를 한 번에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위해 여당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병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모병제를 주장하고 나선 남 지사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머니투데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병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1.1%로 나타나 ‘반대한다’는 의견(43.9%)을 앞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와 김두관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병제희망모임 제1차 토크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 군대를 강하게, 청년에게 일자리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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