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윤석진기자]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물류대란 등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진해운의 '산소호흡기'를 뗐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한진해운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에 따른 파급효과를 일절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구조조정 키를 쥔 경제수장들은 '서별관회의는 필요한 회의였다' '구조조정 원칙에 따랐다'는 '앵무새 답변'이 전부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한진해운 법정관리 시 얼마만큼의 파급효과가 있을지 예상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받아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은 파급효과 때문에 신규자금을 지원했다"며 "한진해운은 주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진해운에 대한 대책도 없이 법정관리를 시켰다. 화주들에게 말이라도 해서 짐을 못 싣게 해야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해양수산부와 협의하고 고민했지만 이런 것이 충분치 못한 점은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한진해운 경영진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류 대란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는 "여러차례 채권단과 한진해운이 회의하면서 대비책을 세워달라고 했고, 현대상선도 같이 협의해 달라고 했으나 이런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전혀 받을 수 없었다"며 "그런 와중에 9월4일 채권단이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으며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은 송구스러우면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다시 결정해도 당시 결정이 최선의 결정이었다는 뜻을 전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더라도 최선의 합리적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묻자 "그렇다. 조선산업에 미친 영향을 채권단에서 종합적인 측면으로 각 기관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라고 답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왼쪽)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사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스1
당초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는 '서별관회의 청문회'라 불렸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난 6월 한 언론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혈세 투입은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최경환·안종범 등 박근혜 정부 경제 실세들이 밀어부쳤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개최된 것도 홍 전 회장의 이 발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10월 대우조선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핵심 멤버들이 이번 청문회에 모두 불참하면서 '서별관회의 청문회'라는 별칭은 유명무실하게 됐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증인 채택을 새누리당에서 강력히 거부하면서, 두 사람은 이번 청문회 증인에서 빠졌고 증인 명단에 포함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마저 소재 파악 불명을 이유로 이날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광온 더불어빈주당 의원이 "서별관회의 회의록, 대우조선해양 회계조작과 관련된 자료 및 감사원의 보고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달라고 했으나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자료제출이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서별관회의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 부총리와 임 위원장은 당시 참고했던 자료에 대해서도 통상마찰 등의 문제가 있다는 자료작성 기관의 판단이 있어 공개하지 못한다는 해명을 반복했다. 서별관회의에 위법적 부분이 있느냐는 의원들에 질문에도 "전혀 그렇지 않으며 정상적인 의견교환이 이뤄지는 일반적인 회의체일 뿐"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청문회 첫날인 이날 여야는 청문회의 원래 목적인 부실 원인 규명보다는 핵심 증인 불참과 자료 제출 부실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가 오전 시간 대부분을 허비하기도 했다. 야당은 핵심 증인의 불참과 대우조선해양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대해서 불만을 표출했으며, 여당은 청문회가 정치 공세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야당의 공세를 막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 동안 국회에서 열린다. 이번 청문회 증인은 50여 명에 이른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잠정 채택된 청문회 증인은 총 46명이다.
정부 측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출석한다. 국책은행에서는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포함됐다. 홍기택·강만수·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 등도 증인으로 불렀다.
이종용·윤석진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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