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의사가 성경험이 없는 여성의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면서 처녀막이 파열될 수 있다는 명시적인 설명을 사전에 하지 않았더라도 검사과정에서 처녀막이 파열되지 않은 이상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의사에게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씨(49)가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면서 처녀막 파열 위험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의사 이모씨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이씨가 A씨에게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피부조직을 긁어 세포를 채취하는 검사) 방법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시행한 것 자체에는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검사 방법은 자궁경부암 조기검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통상 의사는 이 검사 전 자궁경부에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일부 환자들에게 소량이 출혈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 점, 처녀막 자체는 신축성이 있어 검사를 한다고 해도 반드시 파열되거나 손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이씨 역시 이 점을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사 과정에서 이씨가 고통이 있는 지 물었으나 A씨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질경으로 자궁경부를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검사를 실시했고, 이후 A씨가 다른 산부인과를 방문해 처녀막 손상 검사를 받았지만 손상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 점 등을 종합해보면, 설령 이씨가 자궁경부암 검사를 실시하면서 처녀막 손상 또는 파열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도 원심이 이씨의 자궁경부암 검사로 처녀막 손상 또는 파열 위험성이 있다는 설명을 사전에 하지 않은 사실만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와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성경험이 없는 여성으로, 2009년 11월 어머니와 함께 모 대학병원을 방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을 받았다. 이 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이씨는 이 같은 사실을 A씨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고,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방법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A씨는 “성경험이 전혀 없어 자궁경부암 검사를 할 필요가 없는데도 검사를 실시했고,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더라도 복부초음파 등을 통한 방법으로 검사를 했어야 하지만 이를 어겨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한 탓에 처녀막을 손상했으며, 사전에 처녀막 손상 또는 파열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총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자궁경부암 검사로 처녀막이 손상 또는 파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2심은 “검사로 처녀막이 손상 또는 파열되지는 않았지만 그 위험성을 미리 고지 받지 못해 검사방법 선택 등 기대권이 상실됨으로써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며 이씨와 병원은 A씨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에 이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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