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드, 그것이 알고 싶다
2016-07-13 10:53:07 2016-07-13 10:53:07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 이후 26년 만에 영국은 여성 총리를 선택했다.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이 캐머런 총리를 이어 좌초 위기에 빠진 영국호의 선장이 되었다. 화려한 의상에다 창의적인 패션 감각으로 유명한 메이 총리의 앞날은 장밋빛 전망보다는 걱정과 우려로 뒤섞여 있다. 지난 6월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EU 탈퇴)를 가결시켰다. 2013년 캐머런 총리는 영국 보수당 내의 EU 탈퇴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로서는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었는지 몰라도 결국 EU 탈퇴로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일파만파 커져 버렸고 영국이 직접적으로 받을 피해도 만만치 않다. 우리 돈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EU 분담금 부담은 덜어냈지만 더 이상 EU 회원국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은 모조리 상실한 셈이다. 이제부터는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협력을 얻기는커녕 경제적 고립을 초래할 위험성이 커졌다.
 
EU에 끼친 혼란도 상당하다. 그리스, 터키, 네덜란드, 스페인 등 가뜩이나 EU 탈퇴 움직임이 큰 국가들을 동요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 가장 참담한 심정에 놓은 사람들은 영국 국민들이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비롯해 웨스트민스터 정치인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애꿎은 영국 국민들만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작 많은 영국 국민들은 브렉시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세몰이에 희생당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브렉시트 가결 이후 검색사이트인 영국 구글에서 가장 많이 찾은 내용은 ‘브렉시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EU 회원국은 어떤 지위를 누리는지’ 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중대 결정에 대해 내용조차 잘 모르는 영국 국민들은 양쪽으로 쪼개져 국론 분열에 신음했다. 급기야 투표일에 임박해서는 EU 잔류파인 조 콕스 노동당 의원이 괴한에 희생당하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장엄한 ‘대영제국’에서 초라한 ‘고립국가’로 몰락하는 순간 국민들은 브렉시트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온 국민이 몸살을 앓았던 영국의 브렉시트 상황이 한국으로 전염될 조짐이다. 성격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전개되는 양상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하는 공방 속에서 국민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따른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구축한다는 정부의 설명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 미사일인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경북 성주에 배치될 경우 수도권은 사드의 방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 추가적인 패트리어트 미사일 증강 및 방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한 정보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3당 3색의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찬성쪽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배치 반대 입장이고,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투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제관계는 더욱 곤혹스럽다. 중국은 사드 배치에 강경한 입장이고 한국과의 경제 관계에 있어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중국 내 반한 여론이 나올 지경이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도 사드 배치에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와 국방부의 입장대로 국가 존립의 중차대한 결정이라면 더 노련한 일처리를 보여줄 순 없었을까.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여의도 정치권도 아닌 바로 ‘국민’으로부터 동의를 얻는 과정이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한국정치학회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2~4일 실시한 조사(전국2008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2.2%P. 응답률10.4% 자세한 사항은 발표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신속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총선 공약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아니면 잘 모르고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알고 있다'는 응답은 50.9%였고 모르고 있다는 의견이 49.1%나 되었다.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이름은 들어 보았을지 몰라도 구체적인 내용과 사드 배치가 가져올 다양한 영향에 대해서는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다. 민감한 국가적 이슈라도 결단은 내려야하고 찬반 여론은 엇갈리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안위와 직결된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잘 알려야 하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드 배치 찬반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당장 하고 싶은 말이다. 사드, 그것이 알고 싶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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