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 6일 여야 간사를 선임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결산심사는 정부가 한해 나라살림을 어디에 어떻게 제대로 썼는지를 따진다는 점에서 예산심사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당장 예산이 떨어지는 일이 아니어서 국회와 언론의 무관심 속에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매년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7일 입수한 예결위의 '2015 결산 및 예비비지출 검토보고서'를 토대로 정부의 '문제적 지출' 사례를 찾아봤다.
◇'갈등 조정' 맡은 국무조정실, 정부 기관과 '역할 조정'도 미숙
동남권 신공항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문제 등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빈번해지면서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 갈등관리’를 담당하고 국무조정실조차 국민대통합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의 '조정'을 하지 못해 업무상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행정경비와 연구용역비 등 공공기관 갈등관리 사업 예산으로 2억9600만원을 배정받고 이중 2억6700만원을 집행했다. 국회 예결위는 "국무조정실이 2015년 연구용역으로 추진한 '군공항 이전 관련 갈등해소 시나리오 분석과 정책제언 연구'(3626만원) 과제는 국토교통부 및 국방부가 2014년 수행한 '공항 관련 갈등영향분석 연구'와 유사하며, '갈등문화 선진화 방안 연구'(3160만원) 등의 과제는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국가갈등조정시스템 개선방안 연구' 등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이 일반 현업 부서가 하는 것과 유사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거나 대통합위원회의 사업과 차별성이 부족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결위는 "행정기관 간 사업목적과 활용을 달리하므로 사업내용이 유사하다고 바로 유사중복 문제로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도 국무조정실은 갈등 예방 및 방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세월호 참고 이후인 2014년 7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주도로 '공직개혁, 안전혁신, 부패척결, 의식개혁 등 국가대개조'를 기치로 내건 국가혁신범국민위원회(당시 '국가대개조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관련 예산 대부분을 다른 사업에 전용하거나 불용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2015년도 예산안 편성 당시 국가혁신범국민위원회 운영을 위해 신규사업 예산 8억9800만원을 신청했으나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결과 최종 5억48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2014년 8월경 출범 예정이었던 위원회는 구성 여부와 시기, 지원단 규모 등 뚜렷한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고, 이후 정 총리가 각계 인사들과 한 차례 간담회를 가진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야권에서는 '여론에 밀려 급조한 형식적인 대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위원회 구성을 위해 배정받은 예산 중 1억9800만원을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고 3억1800만원을 불용 처리하면서 2015년도 단년도 사업으로 종료시켰다.
국무조정실은 이같은 지적에 "별도 위원회를 설치하기보다는 기존 정부조직 내에서 논의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결정한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결위는 "이는 예산을 확보하기 전에 사전이 충분하고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하는 문제로 보이며 향후 국무조정실은 신규사업 추진에 있어 이와 같은 국가재정의 비효율적 집행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예산 집행 지침 어겨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과정에서의 예산문제도 지적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업 명목으로 예비비를 통해 43억8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항목별로는 교과서 개발비 17억1000만원, 홍보비 25억원, 연구개발비 등 기타 1억7800만원이다. 이중 홍보비로 책정된 금액 25억원은 전액 사용한 반면 교과서 개발비는 4.2%인 7100만원만 집행되고 나머지 16억8800만원은 이월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개발은 2년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으로 잔금 지불 등을 위해 이월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정부 지침과 거리가 멀다.
기획재정부의 '2015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예비비 지출시 연도 중에 시급하게 지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기정예산으로 충당이 가능한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집행시에는 이월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간 교과서 개발비 집행 실적이 4.2%에 불과했던 사업에 예비비를 편성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던 시기 대국민 홍보를 위해 예산을 쏟아부었던 것"이라며 "지난해 예비비 집행내역 자료를 계속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예산결산 심의과정에서 해당 부분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른바 '창조경제'를 외치는 정부가 주도한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정부는 지난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17곳에 삼성·LG 등 대기업과 연계한 창조경제센터를 설치하고 창업 활성화를 강조해오고 있다.
예결위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창조경제센터에 투입된 국비 대비 지방비 매칭비율은 적게는 36.1%에서 많게는 96.3%까지 편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구·경남·전남 등의 국비 대비 지방비 매칭비율은 전체 평균(61.6%)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관 협동사업의 특성상 센터 전담기업과 민간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일부 센터의 민간지원 실적이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각 센터별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과 기술보증기금, 투자사들과 연계한 자체 펀드 조성액이 22억원(서울)부터 2062억원(전남)까지 격차가 크고, 조성된 펀드가 지역 소재 기업이나 주력산업 관련 기업으로 투자조건을 제한하는 곳이 없다는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예결위 보고서는 "향후 창조경제센터의 운영·사업추진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와 전담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며 "조성된 펀드의 지원 대상을 해당 지역 소재 기업이나 지자체 별 주력사업 추진기업에 대해 가점을 부과하는 등의 방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애초 민간이 주도했어야 할 사업을 정부가 시작한데 따른 결과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센터마다 대기업을 붙이는 방식으로 시작된 것인데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계속 지원하는 대기업이 괴씸죄에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장교 부족한데 부사관·일반병은 수요 넘쳐
군의 인력 운용에서 장기적으로 중위 이상 장교의 추가 확보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예결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의 위관급 장교 인력운용률(정원 대비 현원)은 소위 계급이 106.9%로 정원을 넘은 반면 중위·대위는 10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급별 세부 현황을 보면 소위는 418명이 초과된 상태에서 운용됐고, 중위는 62명, 대위는 216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해군과 해병대, 공군도 소위 계급의 인력운용률은 높은 반면 계급이 올라갈수록 인력운용률이 낮아졌다. 장교 인건비에 대한 집행 잔액은 지난해 286억7800만원이었다.
국방부는 "소위부터 중위까지 복무하는 단기장교는 학사장교 등을 통해 꾸준히 충원되는 반면, 대위까지 복무할 중기장교의 충원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사관과 일반병사에 대한 인력운용은 예산편성 범위를 초과하면서 해마다 거액의 예산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부사관과 일반병사 예산 부족분은 지난해의 경우 장교 인건비에서 각각 361억6400만원과 236억3500만원을 전용해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5년간 군인 인건비 집행 내역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국회는 지난 2012~2014회계연도 결산에서도 국방부에 '시정'이나 '주의' 의견을 내왔다. 예결위는 올해도 "국방부는 군 인력 운용의 효율성 및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소위계급의 초과 현원 문제 및 대위계급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중기장교 확보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5회계연도 결산시즌이 돌아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상임위 예비심사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21일 결산안 의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 6일 김현미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예결위 첫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최한영·박주용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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