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롯데면세점 입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일 신영자(74·여)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롯데면세점 외에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관한 수사도 진행되는 가운데 신 이사장은 총수 일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이날 신 이사장을 상대로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 직접 관여했는지, 검찰의 압수수색 전 자료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운호(51·구속 기소)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정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는 등 군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브로커 한모(58·구속 기소)씨 등을 조사하면서 신 이사장에 관련한 의혹을 포착했다.
특히 롯데면세점 입점을 담당하는 여러 관련자를 조사하면서 신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을 입점시키고, 매장 위치도 유리하게 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신 이사장이 명품 유통업체인 비엔에프통상의 실제 운영자로서 회사의 이익금이 발생하면 급여와 배당금 등으로 빼내는 구조로 자금을 받아 왔던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비엔에프통상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신 이사장의 장남 장모(48)씨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수년간 배당금 외에 약 100억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과 6월 검찰 수사에 대비해 서버와 임직원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비엔에프통상 대표이사 이모씨를 지난달 28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2일 증거 확보를 위해 비엔에프통상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신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이 과정에서 비엔에프통상의 광범위한 자료 파기 행위가 드러났다.
이날 오전 9시36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신 이사장은 정 대표 측에게 돈을 받고 입점 편의를 봐준 것을 인정하느냐, 다른 업체에도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취재진에 "검찰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장씨가 비엔에프통상에서 수년간 100억원을 받은 것은 결국 신 이사장이 받은 것이 아니냐, 비엔에프통상의 실제 운영자가 장씨가 맞느냐 등에 대한 질문에는 "검사에게 다 말씀드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 이사장은 한씨와의 관계에 대한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으며, 국민에게 드릴 말씀은 없느냐는 질문에느 "죄송하다"고 짧게 말한 뒤 방위사업부 조사실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별관으로 들어갔다.
롯데면세점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방위사업수사부는 이날 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그룹 비자금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특수4부(부장 조재빈),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와 내용을 공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아 조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룹 내에서 공식적인 직함이 많고, 다른 부서의 조사 내용도 관련이 있어서 질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3일
롯데케미칼(011170) 전 임원 김모(54)씨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조세) 등 혐의로 구속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롯데케미칼에서 근무할 당시 법인세 등을 탈루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압수수색 전 금고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파기 또는 은닉하는 등 증거인멸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연루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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