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내달 1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갈아타기 시행일을 앞두고 증권사에 비상이 걸렸다. ISA 계좌이동제가 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전산시스템 개발 작업을 완벽히 마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정이 급박한 탓에 별도의 테스트를 거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오는 30일 수익률 비교공시에 이어 이튿날 곧장 계좌이동제 시행에 돌입한다. 증권사는 물론 은행, 보험사들은 현재 공동으로 ISA 계좌이동제 시스템을 구축해 내달 중 본격 가동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금융권의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계좌이동제는 ISA 고객이 만기전에 동일 업권은 물론 다른 업권으로 계좌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제도로 ISA에 담긴 예금이나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한꺼번에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된다. 기존 계좌 해지와 동시에 다른 계좌로 옮길 수 있는 방식이다. 앞서 금융위가 ISA 첫 출시 후 3개월 정도의 유예 기간을 거쳐 계좌이동제를 도입키로 방침을 정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주 회원사 실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ISA 계좌이동 설명회를 열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해피콜 등 투자자 보호 장치와 가입절차 등에 방점을 둔 교육으로 개별적으로 궁금한 내용에 답변을 해주는 형식의 실무자급 미팅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ISA 계좌이동제 시행을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 작업 기간 또한 3개월 정도로 짧은데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은 터라 시일이 꽤 소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증권사·보험사 간 전산시스템은 물론 각사별 시스템이 조금씩 달라 별도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ISA 전산시스템 개발 담당자는 "급하게 서두르다보니 힘들다. 지난해 연금저축 계좌이동제를 경험한 덕분에 절차 등의 내용은 이해가 쉽지만 전산시스템 작업에 주어진 시일은 너무 타이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산 담당자들의 경우 주말 없이 일한지 오래"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60% 진행단계에 불과하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통상 1~2주 정도 걸리는 테스트기간 없이 곧장 ISA 계좌이동제를 맞아야 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ISA 가입실적이 미미한 중소형사의 경우 비용생각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3개월 지난 현재 수익률로 계좌이동을 유인하는 것 자체가 실효성에 의문을 준다"며 "ISA 상품의 경우 업권별 상품이 거의 동일한데 계좌이동이 얼마나 이뤄질지 수요파악은 된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은행보다 먼저 수익률을 공개해야 하는 증권사들은 그나마 끌어모은 고객을 은행에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은행에서 뒤늦게 공격적으로 일임형 ISA에 뛰어들어 증권사 ISA 고객의 은행 이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며 은행권이 인력충원과 캠페인 등을 통해 ISA 계좌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은행과의 ISA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증권사들은 꿋꿋하게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고객 수익률 증대를 위해 운용의 묘를 세우고 대외 홍보활동에도 보다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3월14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열린 ISA 1호 계좌 가입 행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1호 가입에 앞서 상품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오른쪽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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