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그룹발 악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악재의 중심에는 총수가 있다. 내심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대 최대 실적까지 기대했던 업계로서는 총수들을 향한 예상치 못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충격에 빠졌다.
롯데케미칼은 사실상 초토화 분위기다. 석유화학사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외형을 키웠고,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내실도 챙겼다. 지난해 말 삼성으로부터 화학사 2곳(삼성정밀화학·삼성SDI 케미칼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투자규모만 7조원이 넘는다. .
하지만 최근 검찰이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롯데케미칼의 고공행진은 제동이 걸렸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비정상적 해외거래를 통해 비자금 조성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향후 경영활동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를 향한 검찰 칼날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롯데케미칼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운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검찰의 고강도 압박에 롯데케미칼이 에탄올 사업 확장과 북미 공략을 위해 진행했던 2조원 규모의 액시올 인수건은 수포로 돌아갔다. 14일(현지시간) 롯데케미칼의 숙원이던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및 모노에틸렌글리콜(MEG) 프로젝트 기공식에서는 허 사장이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15일 입장 자료를 통해 "검찰수사를 계기로 추측되고 있는 '원료수입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신속한 조사결과를 통해 이러한 의혹들이 명백히 밝혀져 조속한 시일 내에 경영환경에 활기를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의 경우, 총수 리스크에 수년간 시달리며 매번 그룹 호실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조석래 회장은 8000억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2014년 기소됐으며, 올해 1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벌금 1036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조세회피 혐의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조현준 사장 또한 아트펀드를 통해 횡령 및 배임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미국 듀폰과의 소송 종결로 부담을 덜었던 코오롱은 세무조사에 발목이 잡혔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4월 코오롱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으며, 이와 관련해 이웅열 회장 등 총수 일가의 비자금이 포착된 것 아니냐는 견해가 흘러나오고 있다. 듀폰에 합의금 및 벌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 돈이 회계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심과 함께 지난 2014년 이 회장의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 탈루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이 부실계열사 코오롱아우토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이 회장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루머와 함께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고 침묵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내연녀 파문도 잠재적 리스크로 지목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직후 내연녀와 혼외자를 공개하며 그룹을 충격에 빠트렸다. 부인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문제와 함께 자녀로부터의 극심한 불신도 부담이다. 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이혼은 힘들어보이며, 당분간은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를 향한 검찰 수사의 경우 최종 판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진의 여부를 떠나 그룹이 입는 이미지 훼손과 경영환경 악화는 막중하다"며 "잘못한 부분은 빠르게 인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확실한 소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신동빈 롯데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최태원 SK 회장.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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