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인들, 검열에 정면으로 맞서다
2016-06-13 08:44:11 2016-06-13 08:44:11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지난해와 올해 벌어진 예술계를 향한 정부의 검열 논란에 대응해 20명 남짓의 연극연출가가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찾기 위한 축제인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가 9일부터 오는 10월30일까지 5개월간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과 야외공간에서 벌어지는데요.
 
이번 축제는 공공 지원금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기초예술분야에서 검열이 횡행하고 있는 최근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특정 연극인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고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특정 공연을 방해하기도 하는 등 지난해부터 유독 연극계에서 검열 파문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연극인들은 국내 기초예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세간의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기 위해 장기적으로 검열 문제를 다룬다는 계획입니다.
 
예술가들의 자발적 발의로 시작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는 첫 해인 올해에 검열의 실체가 무엇이며, 또 검열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무대에서 다각도로 짚어본다고 하는데요.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한 사람의 시민이자 예술가로서의 다양한 권리를 환기하고 회복한다는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한다고 하네요.
 
사진/드림플레이테제21
 
먼저 첫 작품으로 드림플레이 테제21 대표인 김재엽 연출가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라는 연극이 9일부터 12일까지 무대에 오릅니다. 김 연출가는 자신이 쓰고 연출하는 이 작품에 대해 "검열의 주체들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말들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했는데요. 그들의 말대로 연극 '개구리'가 과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것인지, 그래서 국립극단의 작품으로서는 올라가면 안되는 것이었는지 등을 이성적으로 따져본다고 합니다.
 
이 공연은 국립극단의 선언문을 분석하고, 또 공적으로 이 사람들이 사용했던 말들을 분석하면서 검열 주체들이 정치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것, 공공성이나 민주주의 가치들을 잘못 알고 있거나 훼손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풍자극이 될 예정입니다. 또 국가 비판이 아니라 권력 비판인데 왜 자신들이 곧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등 정교한 질문을 던진다고 하는데요. 김재엽 연출가는 "이미 잊혀져 가는 검열 언어들을 다시 소급하는 데 작년에는 감정적으로 반응했다면 이번에는 거리를 두고 이성적으로 꼼꼼히 짚어볼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가림토, 드림플레이테제21
 
드림플레이테제21의 공연 후에는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6월16~19일),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부새롬(6월23~26일), 극단 돌파구의 전인철(6월30일~7월3일), 응용연극연구소의 박해성(7월7~10일), 프로젝트 그룹 쌍시옷의 송정안(7월14~17일),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윤혜숙(7월21~24일),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김정(7월28~31일), 전화벨이 울린다의 이연주(8월4~7일), 극단 산수유의 류주연(8월11~14일),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이경성(8월11~14일), 극단 놀땅의 최진아(8월18~21일), 극단 창세의 백석현(8월25~28일), 극단 산의 윤정환(9월1~4일), 극단 파수꾼의 이은준(9월8~11일), 극단 몽씨어터의 이동선(9월15~18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9월22~25일), 그린피그x검열각하 기획팀(9월30일~10월2일), 극단 해인의 이양구(10월6~9일), 임인자(10월13~16일), 공상집단 뚱딴지의 황이선, 문삼화(10월27~30일) 등이 차례로 무대를 책임질 예정입니다.
 
축제라는 명칭이 붙은 만큼 공연 외에 관객들이 참여할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됩니다. 공연이 축제 기간 중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되는데, 이와 별개로 공연 팀별로 관객과의 대화나 세미나를 계속 진행할 예정인데요. 토요일 낮 공연이 끝날 때마다 연극인 외에 일반인까지 포함한 관객 모니터단이 참여해 일반인의 시선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됩니다. 첫 주에는 관객과의 대화에 자율공공실천회의준비위원회(자공실)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또 서울프린지네트워크가 참여하는 포럼도 눈에 띄는데요. 지난달부터 이미 시작된 이 포럼은 한 달에 한 번씩 5개월 동안 열립니다. 
  
최근 검열 사태를 계기로 예술가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자신들이 정부 지원금에 길들여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일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티켓 수익과 더불어 일반 대중의 자발적 후원금을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후원금은 지난 7일 자정 기준으로 303명이 3615만5000원을 후원해 목표액 4300만원의 84%를 달성한 상황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의 텀블벅사이트(tumblbug.com/projectforright)와 후원계좌(우리은행 1005-702-539358 김수희)뿐 아니라, 작년 11월 '한국의 예술검열 토크(오카다 토시키·타다 준노스케 주최)'를 열어 이 상황을 공유한 일본 국내 계좌 등 해외에서의 후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모금은 오는 16일 자정까지 진행되며 마련된 재원은 작품 제작비, 대관료, 기술지원 등의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공연명: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날짜: 2016년 6월9일~10월30일
-장소: 연우소극장 및 야외공간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