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들의 현행 임금체계인 호봉급을 직능급 또는 직무급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기업들의 '꼼수'라고 반박했다.
7일 전경련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500대 기업 임금체계 현황 및 애로요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170개 기업 소속 근로자 35만9428명 중 호봉급은 15만5723명(43.3%), 직능급은 12만2246명(34.1%), 직무급은 3만8537명(10.7%)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 기본급을 살펴보면, 사무직은 직능급(53.6%)이 많은 반면 연구직과 생산직, 판매·서비스직은 호봉급(순서대로 49.9%, 78.8%, 54.3%)이 많았다.
응답기업들은 현행 임금체계의 문제점으로 '성과가 달라도 보상 수준이 비슷해 무임승차자 발생(50.8%)', '직무별 임금차등이 어려워 연구인력 등 고급인력 유치에 난항(19.4%)',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8.8%)' 순으로 꼽았다. 향후 지향하는 기본급 체계로는, 직종별로 사무직은 직무급(51.8%), 생산직은 직능급(42.5%), 판매·서비스직은 직능급(52.1%)이 많았다.
사진/뉴스토마토
기업들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선 사항은 '기본급 인상률 차등 제도 도입(30.6%)', '임금에 연공성을 줄이고 성과급 비중을 확대(27.6%)', '업무의 중요성·난이도를 임금 수준에 반영(21.2%)' 순이었다. 또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할 임금체계 개편 사항으로는 '업종직별 평균임금, 임금체계 등 정보제공(37.6%)', '고령자법 적용 사업장에 임금체계 개편 의무 법제화(22.4%)', '공공·금융업 중심의 선도적인 임금체계 개편(21.2%)' 등을 꼽았다.
전경련은 호봉급에 대한 문제점을 중점 조사했다. 응답기업들은 호봉급을 유지하는 이유로 '기존 관행상 유지(39%)', '노조의 호봉급 폐지 반대(24.6%)' 등을 들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장기근속자에 대한 고용유지 부담(50.8%)', '근로자 성과 관리의 어려움(28%)' 등을 꼽았다.
즉 이같은 조사는 현행 임금체계가 성과에 따른 차등 기준이 부족하며 특히 호봉급이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직능급 또는 직무급의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주요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꾸준히 진행, 직능급·직무급 도입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많은 대기업이 직능급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전경련의 주장이 본질적 생산성 문제에서 벗어나 대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억지라고 반박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최근 전경련은 정부의 노동개혁에 편승해 가장 실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에 집중해 호봉급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세를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같이 사회제도가 부실한 조건에서 장기 근속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호봉급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 분석 및 직무성과 평가는 결국 관리자에 의해 진행될 것인데 이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 관리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비정규직은 최저임금으로 묶고, 위도 (직능, 직무급으로) 내리겠다는 것은 결국 전체 임금을 깎아 내려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만 쥐어짤 것이 아니라 기술 혁신 등을 통한 전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지금과 같이 노동자를 저평가해 해고하는 방식은 곧 기업 전체적으로 숙련된 노동자를 내보내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기업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