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막말 전성시대
우리가 사는 세상
2016-05-25 16:00:56 2016-05-25 18:05:04
 전 세계가 ‘막말’에 열광하고 있다. “소송 비용은 내가 책임질 테니 반대 세력을 때려라.” 며 선거유세를 하고 다니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막말로 유명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그들(멕시코 정부)은 문제가 많은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자, 미국에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겠다. 돈은 멕시코에 내도록 하겠다.”라며 ‘이민자’를 싫어하는 전형적인 극단주의적 행태를 보여주었다. 중동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중립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해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중동에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란 말도 나오는 추세다. 

 

그는 ‘여자’에 대한 성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 힐러리 전 국무장관에 대해 ‘남편도 만족 하게 하지 못하는 여자가 어떻게 미국은 만족하게 할 수 있겠냐’라는 글을 SNS에 올린 후 나중에 자진 삭제하는가 하면, 미국 군부대 내 성폭행에 대해서는 “2만6천 건의 보고되지 않은 성폭력이 발생했는데 고작 238명이 기소됐다니 이 천재들은 군대가 남자와 여자를 한곳에 둔다고 했을 때 무엇을 기대했을까..장군들과 군 수뇌부가 그토록 반대했지만, 사안을 정치적으로 보는 아주 멍청한 정치인들 때문에 남녀를 한데 섞을 수밖에 없었다.” 라며 남자는 강간을 범하고, 여자는 성폭행을 당할 수밖에 없으므로 여군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뱉기도 하였다. 이민자, 난민, 여자 등 ‘약자’를 겨냥한 그의 막말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 저급한 막말 정치를 뜻하는 '트럼피즘(Trumpism)'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외신은 이번 달 11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6~10일 미국 유권자 1289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조사(표본오차 ±3%포인트)에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1%와 40%의 지지율을 얻었다고 밝혔다. 불과 일주일 전 같은 조사에선 13%p 차이로 클린턴에게 뒤졌던 트럼프가 그 격차를 1%p로 줄이며 당심과 민심을 모두 잡은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현대인들은 복잡하고 갈수록 갈등과 위험이 커지는 세계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와 세상에 대한 반발감에 휩싸여 있다. 현재 미국은 경제난을 겪고 있고, 미국의 계속된 국제적 개입주의에 싫증 난 백인 유권자들은 열정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 이럴 때 시원하게 막말 해 주는 정치인의 등장은 어쩌면 국민에게 한 줄기의 햇빛으로 비췄을지도 모른다. 심리학자 장근영은 트럼프의 언행이 매력의 보편 요소인 공감 능력, 솔직함, 자신감, 새로움에서 벗어나지 않고 단지 이것을 얻어낸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분석했다.   

JTBC 비정상회담 화면 갈무리. 사진/바람아시아

 

최근 페이스북에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영상이 하나 있다. 작년 2015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회의원들을 향해 소리치는 영상이다. 그녀는 그 당시 논란이 많았던 ‘임금피크제’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장관도 임금피크제 동참하고 계십니까? 장관님 포함돼요 안 돼요?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 포함 돼요 안돼요? 도대체 양심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녀의 발언은 현장에 있던 장관과 국회의원들 제외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막말’로 치부되지 않았다. 오히려 진리정의를 당당히 설파하는 것, 또는 크게 열변을 토하는 것을 비유한 말인 ‘사자후’로 비유되며 많은 국민의 마음을 후련하게 뚫어주었다. 

사회에서 답답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표현하는 ‘고구마’, 그것이 속 시원히 해결된 상황을 나타내는 ‘사이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막말도 권력을 지닌 특정 위치에서만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 조지타운대학 경영전문대학원의 크리스틴 포라스 교수는 작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에서 직장 내 상사의 막말 등 고압적이고 무례한 행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포라스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17개 업종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개인들의 언행과 무례함을 연구한 결과, 1998년에는 25% 정도가 일주일에 최소 1번 정도 무례한 행위를 접했다고 밝혔지만 2011년에는 50% 이상으로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무례한 행위를 차지하는 대부분은 ‘막말’이다. 상황이 안 좋을수록 그 탓의 대상이 되기 쉬운 것은 약자이다. 강자가 약자에게 내뱉는 막말은 쉽지만, 약자가 강자에게 막말할 수 있는 상황은 많지 않다. 강자는 시원한 ‘사이다’를 들이키고, 약자는 그 옆에서 연신 답답한 ‘고구마’만 먹어야 하는 걸까.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박수갈채를 받지만, 미국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우려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아현 바람저널리스트  baram.asia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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