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도제한 없이 "가습기살균제 유독물질 아냐" 고시
민변 "특정용도 전제 유해성 심사 중 중대한 책임"
"유공, 카페트 항균제로 신고후 가습기 살균제로…"
2016-04-20 10:11:44 2016-04-20 10:28:56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당초 살균제 유해성 심사에서 용도제한 없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송기호 국제통상위원장이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997년 3월 살균제 성분인 PHMG 유해성 심사에서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뒤 이를 관보에 고시했다. PHMG는 희생자를 가장 많이 낸 ‘옥시 싹싹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다.

 

유공(현 SK케미칼)은 앞서 1996년 12월 구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PHMG 제조 신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면서 사용 용도로 "항균제로서 항균카페트 등에 첨가제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사용 시 주의사항에는 ‘취급할 때 작업복 장갑, 장화 및 앞치마를 착용하고, 화학용 고글 보안경과 안면보호구를 착용할 것’, ‘작업자에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히 환기할 것’ 등을 적시했다. 또 "흡입 시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길 것", "피부 접촉 시 충분한 비눗물로 오염된 곳을 씻을 것"이라고 돼 있다.

 

송 변호사는 "특정 용도를 전제로 유해성 심사를 하면서도 그러한 용도 제한을 하지 않고 유독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고시한 국가와 애초 신고한 용도와 다르게 시민의 폐와 직접 접촉하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한 기업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드러난 환경부 고시로 국가 역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4월 현재 임신부·영유아 198명이 생명을 잃었다.

 

한편 검찰은 전날 가습기 살균제 제조 업체 옥시레킷벤키저 소속 인사 담당 김모 상무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살균제 유해성을 알고도 제조·유통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이어 PHMG 제조·유통과 관련해 SK케미칼 전·현직 임직원들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3월15일 환경부 고시. 일련번호 97-22 해당 물질이 "유독물에 해당안 됨"이라고 쓰여 있다. 자료/민변
유공(현 SK케미칼)이 1996년 환경부에 제출한 가습기 살균제 물질 성분 신고 내용 중. 자료/송기호 변호사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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