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파나마 페이퍼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각국에선 관련 지도자의 탄핵이나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국제사회 차원의 대책 마련이 나올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문건 관련자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과 분노가 공존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부패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점점 더 거세지는 ‘파나마 후폭풍’
국제탐사보도협회(ICIJ)가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스’의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공개 나흘만인 6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에서는 잉기 요한슨 새 총리가 지명됐고 올해 가을 조기총선이 실시될 것이란 사실이 공표됐다.
후임 총리가 지명됐지만 이날 수천명의 아이슬란드 국민은 의사당 건물에 모여 달걀과 요구르트를 던지며 분노를 표했다. 문건 공개 후 실시된 현지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야당을 지지해 올가을 정권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고위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조세회피 명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즈(NYT)는 자체 분석 결과를 통해 ICIJ가 발표한 당초 문건 관련자뿐 아니라 지난 2007∼2012년 정치국 상무위원의 친인척 5명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세회피 의혹에 탄핵 위기에 처했고 러시아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조세 회피 의혹과 관련 ICIJ 측과 ‘음모론’ 여부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관련 국가의 수사당국도 혐의 인사의 수사에 나서고 있으며 영국과 대만 지도자들은 본인이나 가족의 연루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와 금융, 스포츠계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화이자는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최근 조세회피 규제안을 고려해 앨러간과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으며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각국 넘어 국제사회 문제로
파문이 확산되면서 국제사회의 대책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7일 마이니치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다음 달 26~27일 일본에서 열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세 회피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파나마 사건 외에 지금까지 다국적 기업들이 역외 기업 설립으로 조세 회피를 해온 문제를 전반적으로 논의하면서 대책 마련까지 협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문은 최근 테러 조직이 자금 세탁을 목적으로 조세회피처를 곳곳에 두고 있는 만큼 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책도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진원지였던 파나마 역시 국제 사회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이날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꾸려 자국의 금융 관행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바렐라 대통령은 이날 자국의 TV 연설에서 “재정적, 법률적으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 함께 새로운 조치들을 마련할 것”이라며 “외교와 건설적 대화를 통해 국제적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부패한 사회 끊는 분수령 될까
세계 주요 외신 칼럼니스트와 전문가들은 이번 폭로가 부패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면밀히 보여주는 것이라 평하고 있다.
전날 영국 가디언은 “문서 폭로가 사회적 시위로 촉발되는 이번 사태는 극히 이례적 현상”이라며 “아직은 아니지만 ‘자본주의의 대위기론’으로까지 나아갈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경고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역시 최근 “이번 사건으로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부를 세계 어디든 마음껏 움직이고 숨기는 1% 소수 엘리트층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세계화란 글자 그대로 사람이나 재화, 자본이 자유롭게 움직임을 뜻하지만 ‘탈세’라는 잘못된 부산물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사회 변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미가 화이트 가디언 기자는 “이번 사건은 전 세계 각국의 시민이 동시에 잘못된 지배체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위키리크스와 에드워드 스노든 등의 기존 선례들과는 다르다”며 “단지 정치인을 끌어내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설정한다면 근본적인 사회 변화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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