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애초에 그가 말했듯 종로가 험지는 험지인 듯 했다. 5일 아침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출근인사를 위해 자택인 아남아파트 앞 큰길, 혜화동 로터리에 자리를 잡았다.
등교를 하던 동성고 3학년 안준현(18)군은 오 후보를 보자 흥분된 말투로 기념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청하며 "예전부터 좋아했다. 꼭 대통령이 되시라"는 말을 연발했다.
시작부터 응원을 듬뿍 받은 오 후보는 출근길 시민들에게 "서울시장 때 혜화동 로터리 고가도로를 철거하면서 이렇게 쨍쨍한 햇살을 맞을 수 있게 됐다"고 외쳤다.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 후보는 서울권 선거대책위원장 자격으로 다녔던 다른 지역 유세 지원을 가급적 자제하고 종로 표밭 다지기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와의 여론조사상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고 적극투표층에서는 오히려 정 후보가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온 탓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3월30일~4월2일 실시한 유선 전화면접·ARS 여론조사(유권자 516명, 응답률 4.5%,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에 따르면 오 후보의 지지율은 41.5%로 정 후보(39.9%)에 비해 1.6%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적극투표층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46.1% 지지율을 얻으며 오 후보(39.5%)를 앞질렀다.
양측의 지지율 격차는 23일 17.3%포인트(KBS·연합뉴스·코리아리서치센터, 유권자 500명, 응답률 8.5%,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29일 11.3%포인트(SBS·TNS, 유권자 503명, 응답률 5%,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로 날이 투표일이 가까워질 수록 좁혀지고 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도 그렇지만 실제로 지역을 다녀보면 새누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꽤 있다. 당분간 다른 지역 지원 유세에 나서는 일정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권 텃밭인 서울 강남 지역에서도 지원 유세 요청이 쇄도하며 곤란한 처지에 놓였던 캠프 입장에서는 '드디어 지역에 집중할 핑곗거리가 생겼다'는 후련함도 엿보였다.
실제 혜화동·안국동·가회동 등 종로구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오 후보가 '큰 인물'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지지 여부를 묻자 양분되는 모습이었다. 기존 여권 지지자의 변심도 눈에 띄었다.
혜화동 로터리의 60년 넘은 명물 '동양서림'을 운영했던 최주보(80대)씨는 "무조건 오세훈이다. 야당을 찍어본 일도 없지만, 오세훈이 어쨌든 인물은 큰 인물 아니냐"며 적극 지지를 표명했다.
혜화동에서 일하는 최모(50대)씨 역시 "종로 효자동에 사는 직장 동료가 있는데 '이번에는 오세훈이 된다. 정세균은 특별히 한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지지율 차이가 줄어든다고는 하는데 오세훈이 확실한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혜화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딸의 등굣길을 배웅하러 나온 박모(60대·여)씨는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우리가 너무 적나라하게 봤다. 사실 유승민이 우리랑은 상관없지만 끝까지 그렇게 치사하게 하는 걸 보고 정치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성품을 보고 찍을 만한 사람을 찍겠다"며 오 후보를 넘어 여권 전체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그는 "내가 혜화동에만 60년 넘게 산 토박이라 친척들도 많고 자녀들도 한 건물에서 같이 살아서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새 파동으로 귀결된 새누리당의 공천갈등이 '정치 1번지' 종로민심에 낸 생채기는 적지 않아 보였다.
명륜 3가에 사는 이모(69·여)씨 역시 "대선 때는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주고 싶다. 새누리당이 찍는다고 정치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서민들은 너무 힘든데 정치는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며 정부여당 심판론에 동조했다.
어느 때보다 부동층이 많은 선거 판세를 반영하듯 "관심 없다"는 유권자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종묘 근처에서 고미술품점을 운영하는 박모(70대)씨는 "돌아다녀 보면 알겠지만 선거에 대해 일체 이야기들을 안 한다. 원래 새누리당 지지자라 오세훈 시장도 몇 번 만들어줬는데 중간에 그만둬버리고 정세균도 사람은 좋은데 그것 뿐"이라며 "다들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회동에서 지물포를 운영하는 신모(40대)씨도 "선거 이야기는 통 안 한다. 누가 낫냐 물을 것도 없이 관심이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4일 동대문역 앞에서 유세하며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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