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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편견을 깨다…대세가 된 '사전제작'
2016-04-05 15:11:41 2016-04-05 15:12:1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생방제작' '쪽대본'은 국내의 열악한 방송 환경을 대변하는 키워드였다새벽에 나온 대본을 오전에 촬영하고 오후에 편집해 밤에 방송하는 상황이 방송사를 불문하고 다반사로 발생했다한 드라마 PD "이런 환경에서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시스템으로 드라마가 제작된 배경은 단순히 시청률 때문이다다수 방송 관계자들은 이러한 극한의 시스템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대본에 반영할 수 있어 시청률을 높이는데 기인한다고 여겼다약 10년 전부터 '사전제작'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지만방송사는 시청률을 이유로 사전제작을 지양해왔다실제로 KBS2 '한성별곡', MBC '로드넘버원', tvN '빠스껫볼등 사전제작 드라마는 완성도와 별개로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다이에 '사전제작 필패론'도 언급됐다.

 

사전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태양의 후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NEW

 

하지만 KBS2 '태양의 후예'는 이러한 편견을 깼다. 방송 전 일각에서는 100% 사전제작이라는 점에서 시청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뚜껑을 연 '태양의 후예'30%의 시청률을 넘기며 연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에 회당 25만달러(3억원)의 조건에 판권을 판매했으며 방송 8회만에 10억뷰를 돌파하면서 PPL도 더욱 늘어났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NEW 관계자에 따르면 약 130억원의 총제작비는 이미 회수됐다.

 

'태양의 후예'가 100% 사전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중국의 규제 강화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인구 수에 비해 채널과 콘텐츠 제작 편수가 급격히 팽창, 국내 수요로는 이미 한계에 다다라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척해야 할 해외시장의 대표적 예가 바로 중국이다. 그런데 올해 1월 중국 방송 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TV에만 적용하던 사전 심의제도를 인터넷까지 확대 적용했다. 한국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되기 위해선 방영 6개월 전부터 프로그램 계획을 받고 3개월 전에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규제 변화 흐름을 읽은 제작사 NEW는 중국 내 불법 다운로드를 최대한 방지하는 한·중 동시방영을 기획하고, 지난해 6월부터 촬영에 돌입, 12월에 모든 촬영을 마쳤다. 이처럼 중국의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드라마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태양의 후예' 덕분에 '사전제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시장을 노리는 드라마들은 현재 사전제작 방식으로 속속 제작되고 있다.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알려진 SBS '사임당, the Hersory'(사임당)은 올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김우빈과 수지가 나오는 '함부로 애틋하게'는 오는 6월 방송을 목표로 지난해 11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이준기와 아이유가 출연하는 '보보경심:려'와 신라시대 화랑을 배경으로 박서준, 고아라가 출연하는 '화랑:더 비기닝'도 사전제작 열풍에 동참한다.
 

이들 드라마 모두 지상파 편성을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사전제작을 기피해온 기존과 사뭇 달라진 태도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사가 사전제작을 지양해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할 질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제작은 필수"라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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