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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주의, 토빈세, 베블런 효과, 래퍼 곡선, 파레토 법칙. 경제학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신문에서 한번씩 봤음직한 말들이다. 모두 유명한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온 경제학 용어기도 하다.
경제학의 역사는 길지 않다. 1776년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오면서 경제학은 기존의 정치·경제학에서 분리되기 시작했다. 250년이 조금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주류 학문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고 몇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다양한 갈래가 생겨나기도 했다. 결국 경제학을 이해하는 것은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어떤 이론이 생겨나고 소멸했는지를 아는 데에서 시작하게 된다.
'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은 경제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경제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35명의 경제학자를 19세기 고전학파와 20세기의 혁명가들, 21세기 현대 경제학자들로 나눠 시대에 따라 또 이론에 따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소개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독설과 풍자가 가득 담긴, 어딘가 삐딱한 소개가 대부분이다. 카를 마르크스에는 '잉여 가치에 자아도취된 패륜아'라는 설명을 달았고, 밀턴 프리드먼은 케인스의 인플레이션 망령을 때려잡으려 한 안경잡이라고 불렀다. 폴 크루그먼에게는 '신케이스학파의 믹 재거'와 함께 '투덜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각 경제학자의 삶이나 이론을 소개한 짤막한 만화에도 신랄한 풍자가 가득하다.
▶전문성 : 35명 경제학자가 펼친 240년 경제사상사를 풀어내기에는 230여쪽이라는 분량이 부족해 보인다. 다만 각각의 경제학자의 삶과 이론, 실수를 간략하게 훑어보기에는 적절하다.
▶대중성 :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경제사상사를 만화로 쉽게 풀어내려 노력했다. 경제학과 관련된 공식으로는 프리드만의 화폐수량설 하나만 나오는 것도 다행(?)이다.
▶참신성 :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알프레드 마셜의 아들이라는 루머처럼 경제학 외적인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독설과 풍자가 미학인 책에서 프랑스 저자의 시니컬한 유머를 이해하기 위해 주석이 필요한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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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고전학파(19세기): 조상들의 헛발질
경제학은 프랑스 대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이 있던 시기에 움텄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고전학파의 아버지가 됐다. 카를 마르크스는 그 대척점에서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애쓰며 사회주의의 시작을 알렸다. 이 밖에도 토머스 R 맬서스와 데이비르 리카도, 장 바티스트 세, 프레데릭 바스티아 등을 소개했다.
2. 혁명가들(20세기): 파괴자들의 시대
20세기 만연했던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대량 실업, 막대한 적자 등은 고전학파가 쌓아올린 경제학을 무너뜨렸다. 이 시기 경제학의 중심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대표적인 20세기 경제학자는 미시경제와 거시경제라는 개념을 구분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다.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라는 케인즈의 이론을 정면 반박한 밀턴 프리드만은 통화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오히려 돈을 죽인다고 주장했다. 소스타인 베블런과조지프 슘페터, 윌리엄 베버리지 등도 이 시기의 경제학자다.
3. 현대의 경제학자들(21세기): 위기 만세!
현대의 경제학은 세금 제도에서 심리학, 인적 자본, 비대칭 정보 까지 다루며 범위를 확장했지만 길은 잃은 것처럼 보인다. 비대칭 정보 이론을 제시한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모든 국경간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기자는 제임스 토빈 등이 대표적인 21세기의 경제학자다.
■책 속 밑줄 긋기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성경에 비견될 만한 역작 '자본론'을 발표했다.
…
현대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해부한 마르크스의 방법론은 완벽했다.
이 책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를 철저히 무찌르기 위해 완벽한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그 열정의 첫 희생자는 정작 마르크스 자신이 되었다.
수많은 밤을 글쓰기로 지새우느라 30년간 종기를 앓은 탓이다.
(폴 크루그먼이) 200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뜻 깊다.
크루그먼이 저주를 퍼부은 통제 불능의 금융 자본주의를 상징했던
리먼브라더스가 그해에 파산했기 때문이다.
…
그는 15년 동안 '뉴욕타임즈'에 연재한 반자유주의 사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명망 높은 신문이 스타 경제학자의 신랄함을 감당 못할 때면 그는 블로그를 이용했다.
크루그먼의 비난은 적어도 명쾌하다는 장점이 있다.
■별점 ★★★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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