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법적으로 종료되는 25일 오후 6시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당규 위반으로 지적한 5개 지역에 대한 공천을 거부한 것이다.
김 대표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일관되게 당헌당규에 어긋난 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왔고, 현재 최고위 의결이 보류된 5곳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후보 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소집 거부의 배경에 대해 "공천 과정에서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수없이 생겼다. 당을 위해 헌신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사랑하는 동지들이 당과 멀어졌고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면서 당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됐다"며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 국민여러분들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날 오전 '공정하고 개혁적인 공천이 이뤄졌다'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공천을 못 받은 분들 중에는 저와 오랜 세월 친구관계를 유지했던 분도 있다. 친소관계를 넘어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공천 과정에서 큰 감동은 드리지 못했지만 157명 현역의원 중 스스로 불출마한 12명을 포함해 총 66명의 현역의원을 교체했다"고 자찬했다.
미확정된 지역 5곳에 대한 공천을 추인할 최고위는 재적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개최될 수 있지만 당헌 30조와 최고위원회와 관련된 당규 4조 등에 따라 의장인 김무성 대표가 참석해 사회를 봐야 의결 권한을 가진 공식 최고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 등 친박(박근혜)계 최고위원 6명이 김 대표 회견 직후 최고위원회의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시위성 모임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긴급 최고위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로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다섯 명의 후보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최고위원들한테 의논도 안 하고 어안이 벙벙하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김 대표의 발표에 따라 무공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서울 은평을(유재길), 서울 송파을(유영하), 대구 동갑(정종섭), 대구 동을(이재만), 대구 달성(추경호) 등 5곳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김 대표는 이들 지역에 대해 '국민공천체를 명시한 당헌 위반', '여론조사 순위상 하위 후보' 등의 이유로 당헌당규를 위반한 공천이라고 지적해왔다.
최고위 추인을 받지 못한 해당 지역 후보들은 후보 등록기간 내 공천을 받지 못하면 출마 자체가 어려워졌다. 당적 변경이 불가능해 무소속 출마도 안 된다.
또 새누리당을 탈당한 주호영 의원이 제기한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전날 법원에서 일부 인용되면서 공관위의 공천 결정 자체가 무효가 돼 대구 수성을(이인선) 지역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 됐다.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는 25일 오후 6시까지 공관위와 최고위 의결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김 대표의 최고위 소집 중지 결정으로 총 6개의 지역이 무공천된다.
김 대표는 회견에서 "당을 억울하게 떠나는 동지들이 남긴 '이건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공천, 사천, 밀실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씀이 제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어떤 비난과 비판의 무거운 짐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은 그간의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에 끌려만 다니며 비판을 받아온 김 대표가 '과오'를 덮을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구 동을 등 5개 지역에 대한 무공천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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