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치·경제 통합의 표상이자 인류 초유의 공동체인 ‘유럽연합(EU)’이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지지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 파열음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비유로존 국가 모두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각국의 EU탈퇴에 반대하고 있다.
‘EU 탈퇴’ 불씨 당기는 브렉시트
EU 파열음의 진원지는 브렉시트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영국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은 컸었다. 19일 28개국 EU 회원국들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EU 개혁안을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 정치가들은 개혁안 타결에 반대하고 있고 일반 국민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유고브가 영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EU 탈퇴를 지지하는 응답 비율은 38%, 반대 비율은 37%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EU 잔류를 희망했던 응답비율이 월등히 높았지만 점차 그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 배경에는 비유로존 국가로서의 차별적인 대우나 이민자에 대한 과도한 복지혜택, EU의 각종 규제 등에 대한 불만이 자리한다. 또 매년 수십억 파운드의 EU 분담금을 부담해온 점도 반EU 정서를 돋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덴시트·첵시트 이어 유로존까지 위기 확산
브렉시트 위험이 고조되면서 자연스레 불씨는 덴마크와 체코 등 비유로존 국가로 번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다음 타자는 덴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덴마크는 지난해 12월 국민투표에서 EU의 사법체계 안에 들어가는 안을 부결시킨바 있다.
WSJ은 “덴마크도 자국 통화(크로네)를 사용하고 있는 비유로존 국가인 만큼 영국처럼 비유로존 국가의 보호법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체코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지난해 10월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체코 국민의 5분의 3이 체코의 EU 잔류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체코에서도 수 년 안에 EU 탈퇴 논의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 유로존 국가까지도 EU 탈퇴를 검토하는 추세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리 르펜 대표를 중심으로 ‘프렉시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EU의장국인 네덜란드에서도 공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EU 탈퇴를 묻는 국민 투표 실시를 지지하고 있다.
유로존 지역까지 EU 탈퇴 움직임이 번지는 이유는 난민 사태로 인한 반이민자 정서 때문이다. 최근 파리 테러와 독일 쾰른 집단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들이 난민 지위 신청자로 확인됐다. 이에 유럽에서는 이민자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지난 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와 난민 문제
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U 탈퇴 결국 유럽 전체의 위기로
많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뿐 아닌 유럽 전체의 경제에도 큰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날 CNN머니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브렉시트는 모두에게 부정적”이라며 “영국이 EU에 잔류하지 않으면 양측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과 영국 간의 교역, 금융 관계, 이민이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경제 주체들의 투자, 고용, 결정을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 역시 “브렉시트는 유럽을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안좋은 상황의 변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재계에서도 무역과 금융업 등이 위축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브렉시트를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독일 싱크탱크 베텔스만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기업 임원의 76%, 독일 임원의 83%가 영국의 EU 잔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베텔스만 측은 보고서에서 “영국의 EU 선택에 대한 댓가는 매우 비싸다”며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오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4%가 줄 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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