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신분증으로 신분을 속인 뒤 술을 마시고 유해 약물을 청소년에게 팔았다며 돈을 내지 않는 '먹튀' 청소년들에게 당한 사업주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
국회는 지난 4일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대표발의해 병합 심사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위원회 대안), 이른바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변조, 도용, 강박의 방법으로 청소년유해매체물(영화 및 비디오물 등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 등 각 심의기관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결정한 것) 또는 청소년유해약물(주류, 담배, 마약류, 환각물질 등) 등을 판매하거나 청소년고용 및 출입제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받게 되는 과징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해 신분 확인 의무를 성실히 했음에도 피해를 입은 선량한 판매자 및 업주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서 의원은 지난해 6월 "현행법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한 경우 그 판매자에게만 위반행위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청소년이 신분증 위조·변조 등의 방법으로 나이를 속이고 청소년유해약물등을 구매하거나 강압적으로 업소에 출입한 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전취식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현행법에 따르면 판매자는 이 같은 경우도 청소년에게 청소년유해약물 등을 판매한 것이 되어 과징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 의원과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고 적발된 3339개소 음식점 중 이 같은 법 규정을 악용해 고의적으로 신고된 건수가 2619개소, 전체의 78.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중에는 청소년 개인의 신분증 위·변조 사례에 더불어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주와 결탁한 청소년이 상대 업소를 상대로 주류 등 청소년유해약물을 이용한 뒤 당국에 신고해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가운데) 지난해 11월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들과 신분증을 위·변조한 청소년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자영업자들을 구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등의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안 소관 상임위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에서 "상대방의 나이 확인 의무를 성실하게 이해한 고의·과실이 없는 사업주 등에게까지 위반행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며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전문위원실은 법무부의 의견을 들어 당초 서 의원이 제안한 개정안에서 과징금 감면 대상을 청소년유해약물등의 판매·대여 등의 금지(청소년보호법 제28조)와 청소년유해업소의 청소년 고용 금지 및 출입 제한(제29조) 위반행위로 한정하는 것은 청소년유해매체물 판매 등 금지(제16조제1항), 청소년상대 풍기문란 영업행위 금지(제30조제8호) 등의 경우와 비교할 때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형평성 논란에 여성가족부는 여가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청소년 보호법 30조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청소년에게 나이 제한에도 불구하고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청소년으로 하여금 거리에서 손임을 유인하는 행위,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등을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행위여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영세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보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될 이익이 더 크다"는 입장을 제시해 최종적으로 16조 관련 조항만 과징금 면제 대상에 추가적으로 포함됐다.
개정안은 법안 54조에 "시장·군수·구청장은 제58조제1호·제3호·제4호 또는 제59조제6호·제8호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청소년이 위·변조 또는 도용된 신분증을 사용하여 그 행위자로 하여금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한 사정 또는 행위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하게 한 사정이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징수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3항을 신설해 선량한 자영업자의 과징금 면제 규정을 마련했다.
4일 본회의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정부의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서 의원이 청소년보호법과 함께 신분증을 위·변조한 청소년이 청소년유해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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