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가 인정된다며 제재 절차에 들어갔지만 은행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16일 공정위와 시중은행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일 6개 시중은행에 CD 금리를 담합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지난 2012년 7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2012년 상반기 국공채 등 주요 지표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CD 금리만 일정 기간 내리지 않고 유지되자 은행들이 대출이자를 더 받으려고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은행들은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결정해 왔다. 기초금리인 CD 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높게 얻을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공정위는 2012년 7월부터 9개 은행,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시작했다. 2013년 9월과 12월 금융투자협회를 대상으로 2차례 현장조사를 했으며, 2014∼2015년에도 추가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다음 달 초까지 은행들로부터 의견서를 받은 후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과징금 규모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은행권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담합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은행권은 CD 금리를 담합한 사실이 없으며, 공정위 조사에서 이를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지난 4년여간 시종일관 담합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에 은행이 CD 발행을 거의 하지 않았을 때인데, 은행이 금리 담합으로 무슨 이득을 얻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당시 CD금리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라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있었고 은행들은 이에 따랐을 뿐이라는 항변도 나오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CD 물량을 일정 수준으로 발행하라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있기 마련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금융위와 금감원도 공정위의 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에 대해 애초부터 불편한 기색이었다. CD의 발행·유통과 금리결정 과정 등은 금융위원회가 관장하는 분야인데, 공정위가 은행권에 철퇴를 내린다면 그 화살은 결국 금융위로 날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이)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도 "(자체 파악한 결과) CD금리 담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담합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현재 금융당국은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권이 바뀌었고 수장도 두 번이나 바뀌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으나, 은행권으로서는 비빌 언덕마저 사라지게 됐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진행하는 조사라서 금융위가 견해를 밝히긴 어렵다"며 "공정위가 잘 마무리할 걸로 본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하는 일인데 공개적으로 각을 세울 수 있겠나"라며 "시장에 미칠 충격이 걱정"이라고 했다.
올 들어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이 퇴색될까봐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서민경제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는데, 은행들이 금리 짬짜미로 돈을 벌었고 금융당국이 모르고 있었다는 식의 여론이라도 불면 곤욕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김동훈 기자 yong@etomato.com
◇서울 한 은행의 대출창구.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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